‘대선 패배 책임’ 당대표 사퇴했던 송영길, ‘차출론’ 제기되자 서울시장 출마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당 내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윤호중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문제를 놓고 한차례 갈등을 겪었다. ‘윤호중 비대위’에 대한 논란이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나서면서 당내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최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또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25일에는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4선 연임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쇄신안을 발표하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일시적으로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이 일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난을 겪었고 당 내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서울시장 차출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재명 전 대선 후보의 핵심 측근인 정성호·김남국 의원이 최근 지방 사찰에 머물고 있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 만나면서 차출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후 송 전 대표는 잠시 숙고의 시간을 거친 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택했다.

인천 계양구을이 지역구인 송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송파구로 주소를 옮겼다는 소식을 전한 뒤 “오직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당원으로서 직책과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라며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저에게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많은 분의 강한 요청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우리 당에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신다. 저도 그분들과 함께 당의 결정에 충실히 따를 것이다.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추대나 전략공천은 제 머릿속에 없다”고 강조했다.

“명분 없어, 여러 카드 무산시켜” 거세지는 비판 목소리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하자 ‘송영길 차출론’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며 당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민주당 서울지역 의원들은 지난달 31일 오후 의원총회가 끝난 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 모여 의견을 나눈 후 ‘송영길 차출론’에 반대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김민석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송 전 대표가)경쟁력이 1위도 아니고 명분은 너무 없고, 오히려 당에 분란만 일으키고 있고, 게다가 그나마 다른 카드를 찾을 기회를 상실시키기 때문에 이 상태가 더 가면 큰일 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전날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면서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 홀로 등산을 선언하는 데에서 생기는 당과 국민의 혼선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했던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의원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깥에 있는 참신한 분이 그 당 유력 전 당 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냐”며 “송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결국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송 전 대표의 출마에 대해 “저는 불이해,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전직 대표로서 사퇴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사퇴 무효, 나는 한번 다시 해 볼래. 이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송 전 대표의 출마에 이재명 전 후보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심(李心,이재명의 의중)’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등도 거론됐었던 만큼 이번 논란을 계파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송영길 전 대표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윤 비대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의 출마 문제는 본인 결심 문제”라며 “지도부는 출마하려는 많은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드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할 수 있도록 과정을 잘 관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 일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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