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과거 인연 주제로 화기애애하게 대화 나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우여곡절 끝에 첫 회동을 가지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당초 지난 16일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만남이 회동 당일 무산되면서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측은 회동 무산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인사 문제 등에 대한 입장차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양측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문제 등을 놓고 또다시 충돌하면서 첫 회동 성사는 더욱 더 불투명해졌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대선이 끝난지 19일만인 28일 저녁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만찬 회동이 성사됐다. 두 사람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총 2시간 51분간 회동을 하며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쟁점 현안은 ‘실무 협의’로 공 넘겨, “여전히 갈등 요인들 잠재”

그러나 그동안 쟁점 현안으로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인사 문제, 집무실 이전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대부분 실무 협의로 공을 넘겼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오늘은 의제 없이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하고 만났다. 지켜본 바에 따르면 과거의 인연을 주제로 두 분께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두 분이 과거에 인연이 많지 않나. 그 인연에 관해 이야기했고 어떤 의견 차이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추경 문제에 대해 “(추경 시점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추경 필요성은 두 분이 공감했다”며 “손실보상이나 50조원 등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인수위 측과 청와대가 할 수 있는 한 서로 실무적인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말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서는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야기가 나왔고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 생각하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늘 사면 문제는 일체의 거론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성사됐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신구 권력 재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29일 CBS 라디오에서 “신구 권력의 갈등으로 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크셨는데 허심탄회하게 긴 시간 동안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셨다고 하니까 국민들께서도 근심을 좀 덜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윤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희는 지금까지 국방부로 이전하는 부분에 대해서, 또 인수위 기간 중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전하라고 하는 부분이 안보 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야기를 해 왔다”며 “그런 우려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면 거기에는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정권 이양기에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맞잡은 손 그리고 이 대화로 걱정을 좀 덜어드리는 데에 의미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서로 공감대를 이룬 사안에 대해 원칙을 확인한 만큼 실무협의는 조속히, 긴밀히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만남이 성사되면서 신구 권력 갈등이 봉합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쟁점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양측의 갈등은 언제든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제 회동에서 다소 민감한 문제들은 실무진 간 협의로 넘긴 만큼 여전히 갈등 요인들은 잠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안팎으로 어렵고 엄중한 상황인 만큼 신구 권력 간 갈등과 대결이 아닌 조정과 협력으로 우리 공동체의 통합과 안정을 도모하는 정권 이양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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