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산 유연탄’ 가격 폭등…건설업계 타격 경고
전쟁으로 나비효과 확산…유연탄→시멘트→레미콘·아스콘→건설산업 비용 상승
유연탄, 시멘트 등 원자재 문제로 건설업계 ‘자재난 현실화’ 점차 코앞으로 다가와
업계, 공급 부족 사태 우려에 초긴장 상태…대체재 ‘호주산 공급 차질’에 가격 급등
원자재 비용 상승압력 커져, 건축·토목 공사비 상승 전망…국내 건설공사 위축 우려

경기도 고양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의 한 시멘트 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격적인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원자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타격도 점차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한 달 동안 이어지면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니켈, 구리, 금 등 원자재가 전쟁 리스크로 인해 공급망에 비상등이 켜지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미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시멘트 생산원료인 유연탄 수급난이 건설업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연탄의 70%는 러시아산 유연탄이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멘트 공급 대란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유연탄 가격이 일주일 만에 20% 급등하면서 나비효과처럼 관련 산업의 도미노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시멘트 생산 업체들이 쌓아놨던 재고량은 바닥을 보이는 상태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곧 전국의 공사 현장이 멈출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온다.

이로 인해 유연탄→시멘트→레미콘·아스콘→건설산업으로 이어지는 건자재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에서 연쇄적인 가격 인상 도미노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에선 비수기(12~2월)에 물량을 비축해 지금까지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시멘트 산업과 레미콘 업계, 대형 건설사들은 무리 없이 충격을 흡수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산 유연탄의 공급이 계속 어려워지면 다음 달부터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24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유연탄(CFR 동북아 5750㎉/㎏ NAR) 가격은 이달 2주차(11일 기준)에 t(톤)당 343.73달러(약 41만9000원)까지 폭등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은 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올해 첫 주 138.12달러(약 16만8000원)였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결제망 퇴출 등으로 가격 급등 흐름을 탔다.

유연탄 부족사태가 이어지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현재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시멘트 업계다. 당장 유연탄을 직접 수입해 시멘트를 생산하는 시멘트 업계는 다음 달부터 ‘공급대란’이 현실화가 될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영국 유연탄 가격 평가기관인 GCI에 따르면 2020년 국제 유연탄 평균 가격인 60.5달러와 비교해도 6~7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현재 가격대에서는 시멘트 생산 시 팔아도 오히려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러시아산 원자재 공급 차질로 호주 등 다른 대체수단인 호주산 유연탄(FOB Australia Premium Low Vol)까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호주 뉴캐슬산 유연탄 가격은 이달 둘째 주 97.86달러(약 11만9000원)나 급등해 288.13달러(약 35만1000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유연탄 외에도 연료비, 인건비, 전력비, 운송비 등 시멘트 제조원가 전반에서 급격한 상승이 동반되고 있어 설비 효율화와 원가 절감 등 업계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연탄 가격 상승 요인에 더해 지난해 요소수 대란부터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인상 등 비용이 증가했다는 것도 시멘트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통상 시멘트 1t을 만드는 데 0.1t의 유연탄이 필요하다.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원가에서 30~40% 비중을 차지하는 주원료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원자재 수급이 꼬이자 시멘트 업체들은 생산에 직접적 타격을 보고 있다. 시멘트·레미콘 업체들도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유연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러시아산을 구할 수 없다 보니 국내 주요 업체들의 재고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업계에선 쌍용C&E, 한일, 아세아, 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업계 총 재고량은 현재 65만t이다. 이 가운데 장시간 공기 노출로 굳어져 판매가 불가능한 ‘사장 재고’(30만t)를 제외하면 사실상 35만t만 남는다.

이는 평상시 적정 재고량(120만t)의 30% 수준이다. 시멘트업계 하루 출하량(20만t) 기준으로 대략 1.5일분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업체는 이 때문에 출하 제한 등 조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를 받아 레미콘, 아스콘 등으로 가공해 건설현장에 공급하는 레미콘 업계도 고민이 깊다. 특히 레미콘 업체들은 가격 인상에 취약하다. 레미콘 업계는 지난해 10월 건설업계와 레미콘 가격 4.9% 인상에 합의했다. 그런데 지난 2월 시멘트 업계로부터 시멘트 가격 18% 인상 통보를 받고 협상에 들어갔다. 유연탄과 요소수, 물류비 등의 원가가 크게 올라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

<뉴스워치>에서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현재 국내 시멘트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비성수기 때 환경 투자나 설비 보수가 과거 사례에 비해서 시기가 길어지면서 일부 라인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생산이 중단돼 기존 라인을 번갈아 가면서 운영을 했다”며 “이런 부분이 있어, 출하에서 딜레이가 발생했고 생산 공장에는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건설을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유연탄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다보니깐 원가 인상 요인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며 “업계 전체적으로 매출이 약 4조원 정도 되는데 업계 전체적으로 유연탄에서만 인상 요인이 약 1조5000억원 정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이 되고 있으며 그 외 전력비, 물류비, 유류비, 인건비 등까지 고려하면 업계 전체가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건설협회에도 문의한 결과 “원자재 가격은 해외의 상황에 따라서 연쇄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건설 원자재의 인상으로 인한 애로사항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시멘트도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다. 시멘트는 건설하는데 있어서 많이 들어가는 자재이고 건설업계에서는 연쇄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수입에 대해서 다각화 등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다만 업체들도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 및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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