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새정부 출범 전까지 이전 무리”, 尹측 “통의동에서 국정과제 처리”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신임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간담회장으로 향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이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이 무산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첫 회동 무산 배경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인사 문제 등에 대해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날짜가 다시 잡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문제를 놓고 다시 갈등 양상을 표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방침을 공식화했으나 청와대가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운영경비를 의결했으나 이날 국무회의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는 상정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마지막 사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냉전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는 환경 속에 한반도 정세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이 최고의 안보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할 때”라며 “안보에 조그마한 불안 요인도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 교체기에 더욱 경계심을 갖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안보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새로운 정부가 출범되기 이전에 청와대 이전 작업을 완료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면·인사’ 이어 ‘靑 이전’까지 갈등의 뇌관, 문재인-윤석열 회동도 미뤄지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새 정부 출범까지)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 촉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청와대를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 구역 등 대공 방어체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수석은 TBS·CBS 라디오 방송에 차례로 나와 “청와대가 새 정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안보공백이 우려되는 지점이 있으니 이에 대해 협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며 맞섰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국민께 정중하고 소상하게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 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5월 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신구 권력의 갈등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까지 확대되면서 한차례 무산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진행하고 있는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도 아직까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에서 무산된 회동이 언제 열릴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계속 만나거나 대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인수위 브리핑에서 “아직 제게 실무적 만남의 구체적인 추가 일정이 들어온 건 없다”며 “그렇지만 늘 열려있다”고 전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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