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방침’ 공식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추진 문제가 정국의 핵심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새로운 대통령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될 것”이라며 “기존 청와대 부지는 국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 같은 공약에 따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는 청와대 이전 부지를 검토해왔다. 후보군으로는 외교부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용산 국방부 청사가 거론됐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일부 속도조절론이 나오기도 했으나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 방침을 공식화했다. 윤 당선인은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고, 청와대 내 일부 시설의 사용 역시 불가피해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완전히 돌려드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길 법적 권한이 없고, 비용으로 사용될 예비비 집행 요구에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안보 공백 대한 우려와 소통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표출됐다.

청와대까지 제동 “시일 촉박, 이전 계획 무리”… 정국 경색 전망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이 국민적인 우려와 반발에도 청와대 용산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선 열흘 만에 불통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셈”이라며 “국민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데 당선인이라는 분은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정말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러니까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청와대 용산 이전은 민생엔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엔 재앙과도 같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당선인은 취임 전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방부의 이전을 결정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대통령직 인수법 어디에도 대통령 당선인에게 국가 기관의 이전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 승인, 집행할 권한 또한 없다”며 “대통령 인수위는 당선인의 예우와 인수위 활동에 필요한 예산만을 행안부를 통해 기재부에 신청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예비비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초법적인 발상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국방부 이전’ 결정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윤 당선인을 적극 엄호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었다고 강조하며 민주당의 비판을 발목잡기로 규정했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정부의 용산 집무실 계획은 은둔형 대통령이 아닌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대통령은 취임하게 되는 순간부터 연속적으로 치열하게 국정을 다루기 때문에 임기 중에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임기 중에 집무실을 이전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흔히 이야기하는 국정 공백이나 안보 공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따라서 임기 개시와 동시에 집무실을 새로운 터전에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탈청와대 추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알기에 저 역시 지난 토요일 윤 당선인과 함께 국방부 부지를 둘러봤다”며 “윤 당선인께서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해 드렸듯이 현 상황에서 경호와 안보, 국민 불편 및 안전 비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 발목 잡는 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문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까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정국은 더욱 더 경색될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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