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모든 전문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로서 일을 하게 되면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권위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의 업무는 속성상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을 주장하여 상대방에게 내 주장을 관철시키는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내 의견과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므로,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은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보다 전문적이 됩니다.

그런데 이 중 ‘합’의 결론을 내는 일을 주로 하는 전문가의 경우, 이에 반대하는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음에 따라 그 업무의 행태가 다소 달라지는 경우도 왕왕 있는 듯 합니다.

제 사무실이 있는 수원의 법원 판사의 예를 듭니다. 그 당시만 해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의 변호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한 두 사람 거치면 다 알게 되었기에 판사에 대한 평 역시 당연히 존재했습니다.

그 중 특히 평이 많았던 판사의 행태는 이랬습니다. 이게 되는 말이냐, 되는 소송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변호사에게 모욕 주기, 이의하는 변호사에게 고성으로 면박하기 등등이었습니다. 변호사들은 통상 법정에 출입할 때 법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의미로 법대에 인사를 하는데, 이 판사의 재판을 하는 경우, 많은 변호사들이 그 인사를 하지 않고 퇴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뭐 저런 xx가 다 있어. 라는 식의 말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았었습니다. 첫 기일부터 제 주장이 말이 되는 것이냐? 이런 법리가 어딨냐?라고 하며 비아냥대는데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마땅히 판사가 하는 말이므로 판사가 옳은 것이 아닌지 고민하게 되고, 당장 발언하는 것이 큰 의미도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첫 기일 재판을 마쳤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 판례를 검색해보니 단 1초만에 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옳았었지요. 곧바로 서면을 냈더니 그렇게 변호사 면박 주기를 즐기던 판사가 다음 재판 때는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을 했습니다. 그 뒤에 있은 변론준비기일에서의 일화도 있는데 칼럼으로 너무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이 판사로부터 재판을 받으면서 그 권위를 인정했을까요? 제 경험으로는 누구보다 권위적인 판사였지만 제게는 전혀 권위를 세우지 못한 판사였습니다.

다른 예로 의사의 경우를 들겠습니다. 인신보호 사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된 피해자가 있는 경우 그 입원에 정신건강복지법 위반 사실이 있으면 인신보호법에 따른 절차를 통해 강제입원된 환자의 퇴원을 구하는 사건입니다. 이 때는 입원 절차의 하자를 물을 뿐만 아니라 입원 중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어진 상태까지 아울러 묻습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가 강제 입원되었을 때, 저는 입원 절차의 하자와 함께 입원의 필요도 없다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병원 측은 여기가 어딘 줄 아냐, 다 적법하게 한다, 입원해야 하는 상태니까 입원시켰을 뿐이다라고 했는데 막상 3주가 지나자 환자를 통하여 소송까지 가고 싶진 않다. 퇴원시켜줄테니 취하해달라. 이렇게 연락을 했습니다.

3주만에 퇴원해도 될 환자였다면 굳이 입원까지 시켜가며 치료했어야 했을까요? 입원 절차에 하자가 없고, 환자의 상태가 입원이 필요했던 상태였다면 고작 3주밖에 안 지났는데 소송까지 가고 싶진 않다며 환자를 퇴원시켰을까요?

제가 환자를 통해 들은 얘기에 따르면, 입원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고함을 지르고, 환자가 다른 얘기를 해도 전혀 듣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환자는 입원에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었으니까요.

의사는 환자와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자이므로, 모든 의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역시 권위적이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듯합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탈권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26년간 검사생활을 하였고, 검찰총장까지 지냈으므로, 누구보다 권위적이 될 환경에 노출되었었다고 봄이 상당한데,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국민에게 보다 다가가는 대통령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분명히 느껴집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진정 탈권위를 유지한다면 그 누구보다도 권위있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기대와 함께 이 칼럼을 마칩니다.

김연기 변호사
김연기 변호사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수 졸업

- 채널A 뉴스TOP10 고정 패널

-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법률사무소 이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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