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권력 정면충돌, 통합·협치 초반부터 ‘삐거덕’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의 16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불과 4시간 앞두고 무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은 이날 오전 8시 오찬 회동 무산 소식을 알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면서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만남이 무산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신구 권력의 정면 충돌로 향후 정부 인수인계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회동과 관련된 실무 협의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모두 구체적인 회동 무산 이유에 대해 함구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무성하다.

우선 첫 번째 이유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에 대해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 한 바 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진영 갈등 격화 우려도… “신구 정권 싸움 예고편 아닌가”

또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 진행되는 인사 문제도 회동 무산의 원인으로 작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은 첫 회동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라며 “이 같은 저희의 입장이 현 정부와 같이 병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를 모른다”며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5월 9일까지고, 임기 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측이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를 언급한 것도 청와대의 신경을 자극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첫 번째 회동 이전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문제 등 지나치게 많은 논쟁적 의제가 거론되면서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첫 회동 무산 이후 진영 대결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YTN에서 “너무 민감한 정치 문제를 가지고 서로 처음부터 충돌한다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양쪽이 전부 국민들이 정말 절실히 요구하는 게 뭔지를 가지고 민생에 대한 것들을 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에 사면 문제라든지 (논의)해야 되는데 순서가 바뀌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러다 보면 협치를 넘어서서 각 진영을 향해서 잘못 해석을 해서, 총집결해서 같이 구정권, 신정권 나눠서 싸움이 이어질 수 있는 예고편을 보는 게 아니냐, 그런 위험한 수준까지 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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