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 부족, ‘정신 승리’는 혁신과 체질 개선 더디게 만들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당내에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역대 최소 득표율 격차인 0.73%포인트로 패배하자 민주당 일각에서는 “졌잘싸”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내줬음에도 “졌잘싸”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오히려 당의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교흥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20대 대선이 끝났다. 0.7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으나 탄핵당했던 세력에게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책임은 절대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더 나아가 ‘졌지만 이긴 것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주장이 있다”며 “패배의 아픔과 아쉬움은 이해하지만 이러한 ‘정신 승리’는 당의 혁신과 체질 개선을 더디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든 것을 반성하고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며 “패배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바꿀 수 있다. 0.7%포인트가 아니라 5%포인트, 10%포인트 졌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인 분석·쇄신 급선무’ 목소리도

이상민 의원은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얘기는 허언성세”라며 “하나는 정권심판이란 큰 부딪침이었고 또 하나는 이재명 후보 본인과 주변에 여러 가지 구설 의혹, 추문 이런 등등을 어떻게 해소를 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두 가지 부분이 제일 큰 이번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권심판 근저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집권세력에 대한 아주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며 “위선적이고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 이런 것들, 진리를 혼자 독점하고 있다는 등등을 극복하고 불식하지 않으면 민주당 그늘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한 것을 털어내고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패인 분석과 쇄신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닷새 전 선거 결과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5년 간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내로남불이라고 불리며 누적된 행태를 더 크게 기억해야 한다”며 “47.8%의 국민적 지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찾고 47.8%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하고 쇄신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민주당의 과제”라고 역설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YTN에서 “물론 석패하고 분패했기 때문에 0.73%포인트는 참 힘든 거다. 졌지만 잘 싸웠다 이런 정서가 내부에 없는 건 아니다”라며 “조금만 더 했으면 이길 뻔도 했는데. 그런데 문제는 그래도 패배다. 1표 차이로 졌어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문제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첫 번째 역할은 패인 분석”이라며 “아픈 것들을 다 끄집어내놓고 그런 것들을 난상토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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