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예전에 우연한 일로 한산도에 간 적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3대 전승지 중 하나답게 한산도에는 여러 사적이 있어 감탄하면서 이곳저곳을 보았다. 그중에 이순신 장군이 남긴 명언을 탁본해 주는 곳이 있었는데 그 내용이 필자의 기억과 달랐던 기억이 난다.

거기에는 지기지피 백전불태(知己知彼 百戰不殆)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는 필자가 어렸을 때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배우고 또 당시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지기(知己)와 지피(知彼)의 순서가 바뀌어 있던 것이었다. 장군은 남을 알고 자기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아는 것이 먼저라고 하셨다.

그러나 자기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지 자신에게 너그럽고 타인에게 엄격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속성이 있어 웬만한 수양으로는 자기를 냉정하게 바라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어휘가 비교적 최근에 유행한 ‘내로남불’ 혹은 ‘조로남불’이다. 내가 하는 일엔 정당성을 주고, 남이 하는 일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의미이다.

요즘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야당 대선후보를 비판하고 그로 인해 대선판이 요동을 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요지는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라면서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은 “명백한 선거 개입 시도”라고 맞받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치보복 공언하는 대선 후보는 헌정사상 처음”이라 비난하였으며 여타 여당 인사들의 강력한 불만이 이어졌다.

윤 후보는 전날 중앙일보 인터뷰 보도에서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윤 후보는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 한 건 보복인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직후 “아무리 선거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것”이라며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현 대통령의 1호 공약이 적폐청산이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17년 SNS에 '도둑 잡는 게 도둑에게는 보복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매일 해도 된다'는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이는 본인들의 행위는 정당하고 타인의 행위는 부당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의 소산이다. 내로남불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대목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바와 같이 윤석열 야당 후보는 정치권 인사가 아니었다. 현 대통령에게 발탁된 검찰총장인데 여당 인사에 대해 수사를 하면서 여러 탄압을 받아 국민으로부터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소신 있는 인물로 평가를 받아 대선후보까지 된 사람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그가 받은 집권 여당으로부터의 탄압 과정이 고스란히 보도됐다.

이 때문에 이러한 집권당으로부터의 탄압이 과연 공정했는지에 대해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현재 무수한 억측과 궁금증을 낳고 있는 대장동 사건이나 양 후보 가족에 대한 의문 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는 정치보복이 아닌 사회정의의 구현이다.

물론 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180석이라는 막강한 의석을 점하는 야당을 무시하고 명분 없는 정치보복을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선거용 공세일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과 여당이 이걸 모두 싸잡아 정치보복이라 규정하고 비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사회의 정의와 공정을 바로 잡는 일과 정치보복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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