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J형’이라 부른다. 예순이 훌쩍 넘으신 할아버지뻘에게 ‘형’이라니. 하지만 어쩐지 최재형 원장은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화를 낼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싱글 벙글 웃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친근함은 어디서 나왔을까. 국민의 힘 대통령 경선에서 예선 탈락하긴 했어도, 그 과정 중에 비쳐진 그의 이미지는 소탈했고 권위적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따듯했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최재형 원장은 정말로 그러했다.

내 휴대폰 배경화면에 있는 아기들 사진을 한참동안 흐뭇하게 바라보셨고, 감히(?) 문자로 행사 초청을 하며 ‘오셔서 재밌게 놀다 가세요~’하는 나에게 흔쾌히 ‘YES’를 해 주셨다. MZ세대들은 이러한 대통령 후보에게 ‘형’이라는 애칭을 허하며,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당선 가능성’같은 정치적 전략과는 별개로 말이다.

대통령 경선 탈락 이후로 그를 언제 다시 볼까 했는데, 종로 재보궐 선거에서 전략공천 되며 다시 돌아왔다. 커뮤니티의 팬들은 ‘J’를 인증하며 그의 복귀를 환호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인 만큼 윤석열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로서 이제 같이 달리는 것이다.

우리들이 ‘J형’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열렬히 환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첫째가 ‘문재인 대항’이라 생각한다. 현 정권의 잘못을 눈감지 않았던 ‘정의’.

그리고 둘째는 정권교체만큼이나 ‘정치 교체’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기존 정치에 때 묻지 않은 그 신선함이 무기다.

마지막으로는 ‘따듯함’이다.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온다고 민주당에서 조차 칭찬 일색이었던 일생의 삶에서 묻어나오는 따듯한 ‘성품’. 그 말은 즉, 지금 이 세상의 대한민국 정치권이 ‘정의’, ‘변화’, ‘성품’이 결핍되어 있다는 반증 아닐까.  J형, 세상이 왜이래?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댈 수 있는 결기. 그 근간에는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정의로움이 깔려 있었다.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을 감사한 7000페이지 보고서는 유명한 일화다. 천문학적인 자료 양도 양이었지만, 구체적이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은 본 사람들 마다 혀를 내둘렀을 정도라 한다.

정치적인 반기가 아니었다. 부당한 부분에 대한 정확한 행정적 감사였다. 국민들은 원했다. 잘못가고 있는 부분은 짚어주기를. 말해 주기를. 윤석열 후보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항 했을 때 국민들이 열광한 이유와 같다.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그 정권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무조건적으로 정권을 비호하고 내로남불 식으로 편가르기 하는 모습에 극한 혐오감을 느껴가던 때였다.

변화와 혁신은 매번 놓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면서도 또 매번 실패하고 있는 것이 현 정치권이다. 신인이라고 다 혁신적인 것도 아니다. 신인으로 정치권에 입문했지만 기존 정치권의 문화를 그대로 답습해버린다면 의미 없다. 학교를 처음 왔는데 그 학교를 바꿔 내라는 숙제는 정말이지 어렵다.

굳건하고 용감하고 절대 휘둘리지 않는 뚝심으로 뚜벅뚜벅 새 정치를 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J형에게 그 길을 기대하고 주문한다. 대선 경선 중에 캠프를 해체한 일이 있다. 그 내막이나 내부사정은 잘 모르지만, 훌훌 털어내고 혼자 뚜벅 뚜벅 가겠다는 의지로 읽었다.

나는 그 정신과 용기와 시도가 ‘정치 교체’의 씨앗이라 본다. 어쩌면 가는 길이 멀고 험하고 쓸쓸하더라도, 뚜벅 뚜벅 가 주길 바라는 마음인 것이고 그 씨앗을 틔울 물과 바람과 햇볕은 또 차세대들이 힘을 모을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훌륭한 성품에 대한 환호다. 몸이 불편한 친구를 내내 업고 학교를 다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동시에 훌륭한 성품을 칭찬한 인물은 거의 없었다. 정치인의 성품과 인성의 잣대가 하향 평준화 된 것은 오래고, 물론 그 끝판왕은 ‘전과 4범 대통령 후보’다.

까도 까도 범죄와 비리 투성이만 넝쿨처럼 나오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은 실증을 넘어 혐오감을 가졌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까미남’(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남자)은 순식간에 팬덤층을 확보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것이 곧 선거의 당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인물만 봤을 때 부족함이 없어 보였던 J형은 그러나 ‘준비 안 된 후보’, ‘조직과 사람의 결핍과 결함’ 등의 이유로 실망도 안겼다. 정치판은 전쟁터고 연습이 없다. 실전이다. ‘어, 어...’ 하는 순간 훅 가버린다.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만 변화든 정의든 실현할 수가 있다.

3.9 종로 재보궐로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선 J형이 이번에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길 기대한다. 정치적인 전략적 성공도 이루면서 영원한 ‘J형’으로도 남을 수 있는 그런 후보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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