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다양한 환경에서 문제됩니다. 요즘은 특히 SNS나 유튜브를 통한 명예훼손이 많다보니 정보통신망법 위반의 경우가 제일 문제가 됩니다. 출판물, 라디오 등에 의한 명예훼손도 빈번한 편이고, 대선이 코 앞인 요즘에는 공직선거법위반(허위사실공표)가 문제되기도 합니다.

일반분들이라고 하더라도 이 분야에 대해 지식이 상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특정 문제나, 명예훼손 내용의 공연성 등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가끔 인터넷 댓글을 보면 변호사가 썼다고 보이는 조언 글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의 방법은 점차 교묘해집니다. 얼핏 보아서는 고소 여부를 단정지을 수 없는 명예훼손 발언도 많습니다. 그 전형적인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추측이나, 의견에 불과한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예의 하나입니다. 이런 경우는 상당히 악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자가 들을 때는 추측이나, 의견의 하나로 듣기보다는 그러한 풍문이 마치 사실인 양 인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실을 명확히 거시하지 아니하고 여러 간접사실을 얘기함으로써 공표하고자 하는 허위사실을 암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암시하는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급한 간접사실들은 모두 사실이라는 이유로 명예훼손의 범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나 이는 모두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대법원은 이미 추측한 것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 표현 전체의 취지로 보아 해당 사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이상 그 암시된 사실 자체에 대한 적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고, 그 암시된 사실이 허위라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도5312 판결 참조)

이에 더해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 문제될 때 전형적인 변명의 내용은 그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역시 단골손님처럼 빠지지 않는 변론의 내용입니다.

원칙적으로 범죄사실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허나 명예훼손 사건에서는 다소 다릅니다.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 그 허위사실은 당연히 부존재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부존재 사실을 증명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명예훼손 행위를 한 자가 적극적으로 그 사실의 존재를 증명할 책임을 부담합니다. 그 증명의 정도는 검사의 입증에 이르는 것은 아닙니다만 최소한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에는 이릅니다.

그러므로 허위사실을 진실하다고 믿었다고 주장하는 자는 자신의 논리로 면책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여 면책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소명자료의 제시 자체가 없거나 검사에 의하여 소명자료의 신빙성이 탄핵되는 경우에는 결국 허위사실 공표의 책임을 부담하게 됩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8400 판결 참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비단 그 피해자의 외적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한 목적만으로 활용되지 아니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추가 공격을 위한 전초로 활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최근의 유명한 예를 들겠습니다. 한동훈 검사장과 유시민 전 이사장의 예입니다. 아직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 결과를 단정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유시민 전 이사장의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는 그 명예훼손에 그치지 아니하였음이 분명합니다.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있기 전까지 한동훈 검사장은 검언유착이라는 허위의 프레임에 말려 그 직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유시민 전 이사장의 발언은 한동훈 검사장의 지위를 더욱 열악하게 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유시민 전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추적한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그러한 사실이 있다는 유시민 전 이사장의 허위 발언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4번 좌천되고, 2번 압수수색 당하고, 사적인 동선을 CCTV로 사찰당하고, 후배 검사로부터 독직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동훈 검사장이 근거없이 유시민 전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추적했고, 이러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월권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은 그 피해가 비단 외적명예의 추락에 그치지 아니합니다.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 전체가 무너지고 인격이 훼손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인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검사장이 이미 김건희 여사와의 전화 통화, 연락 등에 관해 해명을 하였음에도 다시금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검사장에게 부하처럼 명령하고 지시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는 가정법으로 말했으니 괜찮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그 사실의 존재 가능성을 가정하는 것 자체에 근거가 없다면 결국은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할 여지가 상당히 높습니다.

허위사실 적시는 그 해명에 드는 사회적 비용, 피해자가 입을 손해 등을 고려할 때 필히 엄벌해야 할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의 문제가 없어질 리는 없겠지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만큼은 우리 사회가 꼭 확립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연기 변호사
김연기 변호사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수 졸업

- 채널A 뉴스TOP10 고정 패널

-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법률사무소 이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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