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최근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동의 없는 통화 녹음 내용이 보도에 이르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관련 가처분 결정은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가 공인이라고 인정하고,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라고 하더라도 대화자간의 통화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므로 불법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이를 제공받은 언론 보도는 정당하다는 전제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녹음 내용을 떠나서 위 가처분 결정의 이러한 전제에 깊은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영부인을 살피면 무릇 공인이라고 보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영부인은 사실 법률에 근거한 직책이 아니라 대통령의 배우자이기에 자연히 얻게 되는 지위입니다. 대통령이 국가의 모든 일을 주관할 수 없으므로, 영부인이 대통령의 일을 돕는 측면에서는 대통령의 업무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결국 영부인은 공인으로 취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닙니다. 배우자라고 하여 모두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닙니다. 배우자와 사이가 좋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그 권한을 배우자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주 당연히 허용되는지도 의문입니다. 심지어 영부인이 본인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대통령의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지는 더욱 의문입니다. 오히려 선출된 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한계가 분명한 권한을 부여받는데 영부인의 지위나 역할을 규정한 법률은 없음에도 영부인은 권한을 부여받은 듯한 외관을 형성하므로 더욱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모든 영부인이 대외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같은 경우 여성계 면담조차도 거절했을 정도로 정치 참여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우에까지 영부인을 공인으로 보아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한편, 그래도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의 배우자라는 측면에서 상시 검증이 필요한 공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후보자의 배우자도 당연히 공인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역시 의문입니다. 배우자의 특별한 행위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배우자 지위만으로 당연히 대통령 후보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살피는 것은 비약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동의 없는 통화 녹음 역시 문제가 됩니다.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공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공인이 검증받고 평가받을 요소는 본인의 사회적 모습과 행동이지, 내밀한 사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번에 문제된 통화 녹음은 결국 김건희 여사 본인이 직접 발언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므로, 이것 자체가 김건희 여사 본인의 사회적 모습과 행동이라고 평가할 여지도 있다고는 보입니다.

그러나 그 대화 자체가 7개월여의 기간 동안 총 50회에 걸쳐 이뤄진 통화고, 아무리 이명수 촬영기사가 최초에는 김건희 여사에게 본인의 공적 신분을 밝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김건희 여사의 입장에서는 서로 사적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고 대화가 진행되었던 것이 분명한 상황인데,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바로 공인이 평가받아야 할 사회적 행동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한편, 가처분 결정은 대화자간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므로, 불법한 녹음이 아니어서 언론보도가 허용된다고 보았는데, 이 역시 잘못이라고 여깁니다.

언론보도의 가부는 결국 언론윤리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심지어 취재원이 기자에게 오프더레코드를 요구하는 경우, 기자는 그 취재원의 발언을 기사화하지 아니합니다. 이 때 녹음이 실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녹음을 근거로 기사를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법 위반 이전에 언론윤리, 취재윤리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불법은 반드시 형사처벌 가능성을 의미하지 아니합니다. 법원은 이미 동의없는 통화녹음에 대하여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1358597 판결). 불법에 근거한 보도를 법원이 정당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역시 의문이 듭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당연히 기자를 접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언제든 동의 없이 저와의 대화가 녹음이 되고 이것이 기사화될 수 있다면, 저는 앞으로는 기자와는 통화를 절대 안하거나 통화가 당연히 녹음될 것이라고 여기고 말을 삼갈 것입니다. 이번 가처분 결정은 당장의 언론의 자유를 위하여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취재원과 언론 사이의 불신을 정당화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결정으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김연기 변호사
김연기 변호사

◆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수 졸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부동산)

-MBC시사매거진2580, 수원 T브로드, 경향신문 등에 자문

-現)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現) 법률사무소 이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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