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반성·성찰 모드’ ”대선에서 저와 정의당, 재신임 구하겠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칩거 닷새 만인 17일 대선 레이스에 공식 복귀했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저녁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고 돌연 모든 일정을 중단했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심 후보가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심 후보가 후보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하거나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심 후보가 닷새 동안의 숙고를 끝내고 다시 대선 레이스에 공식적으로 복귀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들고나올 대국민 메시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심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공식 일정을 전면 중단한 이유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심 후보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자신과 정의당이 지금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한 반성문부터 낭독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후보 사퇴가 아닌 대선 완주 의지를 강조하며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일정 중단 이유에 대해 “단지 지지율 때문은 아니었다”며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들의 마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밀려드는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또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칩거, 지지율 반등 계기될까

심 후보는 “저는 우리 국민들께 ‘노동이 당당한 나라’,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시민들의 삶은 더 나빠지고 있다”며 “저와 정의당이 막아내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심 후보는 “남 탓하지 않겠다. 거대양당의 횡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겠다”며 “당이 작아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 심상정은 불평등의 사회를 만들어온 정치의 일부이다.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많은 성원을 해주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해서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심 후보는 또 “선거제도 개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며 “뼈아픈 저의 오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한다. 그 일로 상처 입으신 분들,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대로 성찰하고 제대로 일어서겠다. 가치와 원칙은 더 선명하게 세우겠다”며 “가난하고 절박한 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더 절실해지겠다. 시민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더 솔직해지고, 더 겸손해지겠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저와 정의당, 국민들의 재신임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녹색과 여성과 노동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진보의 성역처럼 금기시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하겠다. 금기를 금기시해서 낡은 진보의 과감한 혁신을 이뤄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마지막으로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다른 사람들과도 만나겠다”며 “진영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공통의 가치들을 복원해내는 대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가 칩거 닷새 만에 숙고를 끝내고 다시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심 후보가 기존과 차별화된 정책과 메시지를 내놓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 후보가 이날 밝힌 대국민 메시지에는 구체적인 쇄신책은 담기지 않았다. 심 후보는 질의응답에서 “앞으로 선거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대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내일 말씀 드리겠다. 순차적으로 지켜봐주시라”며 “(선대위는)집행 중심으로 슬림하게 구성해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향후 선거 전략에 대해 “일단 거품을 뺄 것”이라고 밝혔다.

여 대표는 “진보 정당답게 우리 진보 정당이 불평등을 맞이하고 있는 이 한국사회에서 시대적 과제를 분명히 하고, 너무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시대적 과제를 좀 집중해서 복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다시 정의당의 손을 잡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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