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갓 변호사가 된 분과 함께 일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있습니다.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비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법률서면은 3단 논법으로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대전제, 소전제, 결론이라는 구조로 설명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걸 이렇게 표현합니다. Rule, Fact, Decision.

실제로 검토보고서(재판연구원들이 사건에 관하여 작성하는 문서로써 판결서의 기초가 되는 것)를 작성할 때, 증거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먼저 확정하고, 그 사실관계에 적용 가능한 법리를 든 뒤, 사안을 그 법리에 포섭해 결론을 내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입 변호사들이 작성하는 서면을 보면, 적용코자 하는 법리까지는 정말 잘 찾는데 그 다음에 바로 결론에 이르는 경우를 허다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본인의 머리 속에는 ‘이 사건은 이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이다’라는 것이 박혀 있으니 바로 결론에 이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허나 이는 분명한 잘못입니다. 사건은 현실의 것이므로, 머리 속 생각만으로 이 법리가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여길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풀어내어 이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라는 설명이 마땅히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법률 사건은 상담부터 시간이 필요합니다. 큰 골자는 단 몇 분만에 설명 가능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사실관계를 증거로 증명하고, 증명된 사실관계를 풀어 설명한 뒤 그 사실관계에 어떠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증하는 과정에는 큰 노력이 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결국 사실의 구체적 설명이 있을 수 없는 사건은 의뢰인이 거짓말을 하는 사건이거나 의뢰인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더라도 결국 실제가 아닌 사건에 불과하게 됩니다. 기억의 오류가 없다면 구체적 설명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사건에 허위가 어찌 안 따르겠냐만 머리 속 생각만으로 마치 참으로 보이는 허위에 기반해 사건을 진행하는 경우, 결국 그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저는 오늘 국민의힘 청년보좌 간담회를 보았습니다. 거기에 청년이 있는지 참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법대에 입학해 로스쿨 제도 도입까지 경험한 세대입니다.

저의 청년을 떠올리면 과외로 돈을 벌던, 벌어야 했던 고민, 매 겨울에 사법시험 1차가 있어서 쉽게 겨울 여행을 계획하지도 못했던 날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시험에도 붙지 못하면 과연 취업은 할 수 있을지 걱정했던 밤들, 친구들은 대기업이네 어디네 취업했는데 아직도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한탄, 자괴감 등이 가득했었습니다.

김연기 변호사
김연기 변호사

그 고민은 모두 구체적이었고, 그 고민의 해결이 무엇보다 절실했던 때가 저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국민의힘 청년보좌 간담회를 보니, 그곳의 청년들은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려면 어째야 한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런 관념은 있지만 막상 청년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청년들을 위해 후보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마치 신입 변호사가 변호사로 충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듯이 그 청년보좌들도 진정으로 이 시대의 청년을 대변하는 듯이 연기하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의 일은 하늘의 뭉게구름 같은 일이 아닙니다. 현실의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의 일이 진짜 사건입니다. 관념으로 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꼭 그러하겠습니다.

◆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수 졸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부동산)

-MBC시사매거진2580, 수원 T브로드, 경향신문 등에 자문

-現)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現) 법률사무소 이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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