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2021년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한데, 어느새 2022년 임인년(壬寅年, 壬みずのえとら)이 밝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새해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 “아니 벌써 한 해가 지났어?”라는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해가 바뀔 때마다 늘 뭔가가 바뀌어 있던 그 시절에서 제가 너무 많이 멀어져 왔기 때문일 겁니다.

카도마츠(門松)
카도마츠(門松)

일본의 새 해(お正月,おしょうがつ, 오쇼우가츠)인사는 “아케마시떼 오메데또 고자이마스”(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입니다. 여기서 ‘아케마시떼’(あけまして)는 한자로 ‘밝은 명’(明)자를 사용하여 ‘明けまして’라고 합니다. 동사, ‘아케루’(明ける,あける)는 계속되던 시간이나 상태가 끝내고 다음 시간, 혹은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아침이 밝아오다 → 요가 아케루(夜が明ける)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 토기가 아케루(年が明ける)
장마가 끝나다 → 쯔유가 아케루(梅雨が明ける)

등으로 사용합니다.

즉, “아케마시떼 오메데또 고자이마스”(あ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의 아케루(明ける)는 해가 바뀌고 새로운 한 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사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된 것’과 ‘토미가미사마(年神様)를 올해도 맞이하게 된 것’에 매우 감사한다는 의미가 들어있습니다. 무사히 한 해를 지내고 새롭게 한 해를 맞이하게 된 것을 축하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연하장에는 우리처럼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는 한자를 사용하지만, 일상대화에서는 “아케마시데 오메데도고자이마스”라고 합니다.

지금 저희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견디고 있습니다만, 예전에는 기근, 전쟁, 역병, 재해, 빈곤 등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재난들이 수시로 우리의 생활을 엄습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태어난 아이도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사한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新たな年を迎える)는 것은 지금보다 더욱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럼 새해 인사를 언제까지 하는 것이 좋을까요? 지역마다 약간씩은 다른지만, 마츠노 우치(松の内, まつのうち) 기간, 그러니까 설날에서 7일, 혹은 15일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츠노 우치(松の内)라는 것은 뭘까요? 일본에서는 새해에 대문, 혹은 현관에 겨울에도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매화로 만든 장식물, 카도마츠(門松, かどまつ) 한 쌍을 놓아둡니다. 새해는 신이 집으로 오시는 날로 카도마츠(門松)는 신을 맞이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신이 우리 집에 오셔 계신다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카도마츠(門松)는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문에 서 있는 소나무로 토시가미사마(歳神様, 세신님)이 찾아오시기 쉽게 소나무를 세워 “우리 집은 여기입니다”(我が家はここですよ)라고 표시하는 겁니다.

그럼 왜 소나무일까요? 토시가미사마(歳神様)는 생명력, 불로장생, 번영의 상징이므로 겨울에도 푸는 상록수인 소나무에 신이 내려오신다고 믿은 겁니다. 그래서 헤이안 시대의 귀족들은 직접 소나무를 캐어와 집에 심었다고 합니다. 이 장식물은 토시가미사마(歳神様)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1월 중순 정도까지 장식하는데, 이 카도마츠를 장식하는 기간을 마츠노 우치(松の内)라고 하는 겁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카도마츠’와 더불어 새해에는 현관에는 “시메가자리”(注連飾り, しめかざり)를 장식합니다.

여기서 시메(注連)는 시메나와(注連縄, しめなわ)의 약자로 새끼줄로 만든 금줄입니다.

이 또한 토시가미사마(歳神様)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물로 우리나라에서 부정한 역병이나 악운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새끼줄을 쳐 놓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짚으로 새끼줄처럼 꽈서 만든 장식물로 문밖 현관 위, 부엌, 자동차 등 중요한 곳에 장식하지요.

2022년 엄청난 것을 이루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가슴 설레는 무언가와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그 무엇이 거저 얻어지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정진하여 얻을 수 있는, 그런 것이기를 바랍니다.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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