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이준석 ‘현상’이라 불렀다. 이준석은 개인 이준석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하나의 사회적, 정치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탄핵 이후 내리 4~5번의 크고 작은 선거를 졌던 우파 정당이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멋지게 뒤집기 한판승을 했을 때 바로 이 ‘이준석 현상’이 등장했다. 일평생 구애를 못 받아 볼 것 같았던 2030 세대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아서 우파진영은 매우 들뜨고 흥분했다.

그 현상의 중심에 개인 이준석이 있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이준석 ‘현상’이라 했다. 즉, 2030의 보수우파 지지현상이라고 바꿔 부를 수도 있겠다.

나는 개인 이준석도 응원하고, 이준석 ‘현상’은 더더욱 웰컴이었다. 결혼 후 아기만 보며 육아에 전념한 5년여 동안 정치는 거들떠도 안 봤다. 그러던 내가 만사 다 제쳐두고 대전이며 목포며 응원 열풍을 일으키려 돌아다니게 만든 것이 이준석 ‘현상’이었다.

직접 그 현장을 보고 듣고 싶어 각 지역의 2030들과 인터뷰를 했고, 정말 보수 우파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만 천하에 알리고 싶었다. 정말 개혁이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새 판이 짜여지는구나. 내가 치를 떨던 여의도 정치판이여 안녕. 새 시대가 오는구나.

2021년 6월 11일. 이준석 당대표의 당선으로 이준석 ‘현상’은 팡파르를 울렸다. 나는 그날 장례지도사로서 처음 망자를 보내드린 날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치 못하고 유튜브 생중계를 보고 있었다.

처음 입관을 하는 날이라 두근두근. 이준석 당대표 당선으로 또 두근두근. 심장 박동수가 평균 이상이었던 날이었다. 주위에 많은 분들이 축하전화를 하셨다. 당대표를 도와 열심히 잘 해보라는 당부 전화였다. 그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그 날 이후로 이준석 당대표와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누가 보나 이마에 ‘친 이준석’이 써 있는 나는 실제로 그렇거나 말거나, 당대표에게 부담이 될게 뻔했다. 여태까지 뭐 한 것도 없으면서 이때다 하고 자리 차지하기 싫었고, ‘노무현의 친구’ 타이틀로 정치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처럼 ‘이준석 친구’로 정치를 재계하기도 싫었다.

이런 생각조차 전한 적도 없다. 되돌아보니 나도 참 김칫국을 마신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 손사래를 치고 있는 꼴이었다. 어찌되었든 나 뿐 아니라 그래도 여의도에서 그나마 이준석과 좀 친분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 중 당직을 맡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워낙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스타일이라, 혼자 잘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안도감이 있었다. 그가 버틴 지난 10년을 보면, 옆에서 누가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고 함께 하는 그룹이나 조직도 없었다. 이때까지 다 혼자 했다. 혼자서 그 성공을 이뤘으니, 혼자 당대표 활동도 잘 하겠지. 솔직히 이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혼은 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사실처럼. 당대표가 된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었다는 사실을 왜 지금 깨달았을까. 이준석은 지금 사퇴 위기에 놓였다. 이준석 ‘현상’은 꺼져가고 있다.

이준석 ‘현상’을 책임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에 정치 혐오를 불러 일으켜서 젊은 사람들이 정치를 극혐하게 만든 기존 정치인들 모두. 이준석 ‘현상’을 만들었지만 지켜내지 못했던 이준석 본인. 이준석 ‘현상’ 책을 손에 들어보이며 이준석 대표와 치맥 회동을 했지만, 실제로 2030의 마음은 잡지 못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자.

그리고 이준석 ‘현상’의 주체인 2030 세대 역시 스스로 힘을 모으고 결집하지 못한 책임까지. 2021년 봄, 여름에 대한민국에 불었던 이 산뜻하고 새로운 바람은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이 차디찬 겨울에 스러져간다.

누가 가장 큰 잘못이고, 누구 때문에 졌다고 나중에 말해봐야 무슨 소용인가.  지금이라도 다 책임지자. 정치권에 젊고 새로운 바람이 다시 불게, 변화의 소리들이 여기 저기 들려오도록 하자. 책임진다는 것은 굳이 꼭 내가 직접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책임지는 자리에 있으니 인정하고 사과하고 그 후를 도모한다는 뜻이다.

내가 책임을 지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설 테니 다시 한 번 잘 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그렇게 책임을 지고 윤석열 후보가 그렇게 책임을 지고, 또 기존 정치인들이 그렇게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자리에 있는 분들이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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