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 되길”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병 치료차 입원하기 위해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정부는 24일 2022년 신년을 맞아 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일반 형사범 등 3천94명을 오는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복권됐다. 지난 2017년 3월 말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그러나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권 친노 진영의 ‘대모’로 불렸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복권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던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8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2017년 8월 만기 출소한 바 있다. 2013년 9월에 구속 기소된 이후 그동안 내란선동죄로 수감 생활을 해왔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과 한명숙 전 총리의 복권에 대해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며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해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일각선 대선 앞두고 ‘보수 분열’ 우려

정치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대선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종료 전 국민 통합과 화합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면을 단행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의 ‘통합’ ‘화합’ 메시지가 대선을 앞두고 중도·보수층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경계심도 표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자유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표출한다면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강성 보수층 표심이 흔들리면서 보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조승래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되는 것을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하여튼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라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보수 분열 획책’ 의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만시지탄”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비판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정의당 여영국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그리고 시민들과 역사가 단죄한 범죄자를 형기의 반의 반도 채우지 않고 풀어주는 것은 대선을 앞둔 정략적 결정일 뿐”이라며 “촛불시민과 촛불정신을 배신한 문재인 정부의 결정판이다. 강력히 규탄하며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먼저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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