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선거 책임자들 만나 ‘정상적 대선 경쟁판’ 만들기 약속해야

[뉴스워치= 칼럼] 대선판에 기이한 현상들이 흘러넘친다. 대선 경쟁을 지켜보는 사람들 입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양당 후보 가족과 주변을 둘러싼 각종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에 ‘지겹다’는 한숨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다름이 아닌, 국가 미래비전과 국민이 처한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는 관심들이 없고 연일 양 후보의 ‘가족’과 ‘주변의 문제점’과 갈등들만이 언론에 넘쳐나기에 하는 말들이다.

대선 후보들은 덩달아 억울할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연일 부동산, 코로나, 안보, 경제 등 나름의 정책 공약들을 내놓고, 현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도 하지만  정작 언론에선 이를 비교 검토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도있게 다루는 걸 보기 힘들다.

대선 초기, 마치 ‘대장동 사건’과 ‘고발 사주’ 사건이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대선 생사를 판가름할 것처럼 수사 향배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가고 마는 듯하다. 모두 특검을 주장하지만, 양당 모두 대선을 코앞에 두고 굳이 끝까지 파헤치기 위해 쾌히 서두를 이유가 없음은 삼척동자도 알기에 특검 역시 이젠 흘러간 유행가처럼 들린다.

두 사건이 흐지부지되자 이젠 양 후보의 가족들과 주변인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사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검증은 대선후보뿐만 아니라 가족, 특히 직계 가족들에 대한 검증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나 여타 민주국가에서도 흔히 가족들과 관련된 이슈와 검증은 결코 가볍게 지나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국 대선은 ‘조연’이 ‘주연’의 역할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고 조연이 주연보다 빛을 더 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연인 후보를 둘러싼 가족과 주변인들의 검증과 의혹은 후보에게 ‘왜 그렇게 방치했느냐’. ‘왜 그런 것까지 용서해야 하는가’ 라는 도덕적·인간적 책임론 외에 의혹이나 특정 사건과 관련 직접적인 관계와 개입이 없는 한 결정적 영향을 미치긴 힘든 게 사실이다. 또 역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에 흥미와 관심, 분노와 공격의 소재로는 충분히 활용될 수 있고 각 후보 진영에 ‘공세 논리’로 작동될 수는 있지만 결국 국민의 최종적 시선은 냉철하게 후보를 주시하게 된다. 가족과 둘러싼 의혹과 문제들은 의혹은 의혹대로 법적인 문제는 법대로 문제 제기를 하고 지켜보면 될 임에도 ‘후보가 모두 책임지라’는 식은 ‘조연의 연기력’을 문제 삼아 ‘주연을 심판’하는 것처럼 비친다. 물론 대선후보의 ‘정치적 책임’은 가족과 주변인들에게까지도 무한대라는 논리 앞에선 딱히 할 말은 없다.

일각에서 이러한 주연의 역할이 뒷전인 대선판을 참다못해 이젠 ‘그만하자’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주연이 제대로 국민에게 심판받기 위해 조기에 후보 ‘조기 토론’을 시작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토론이 꼭 ‘법정 토론’ 기간에만 한정돼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제기되는 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한 의혹들이 후보에게 미치는 부정적 여론의 유혹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여 후보 ‘조기토론’ 본격화는 여전히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최근 조연들이 주연 후보보다 더 주목받는 곳은 국민의힘이다. 대선 선대위 구성을 놓고 김종인 위원장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봉합된 지 어제 같은데, 이번엔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간의 격돌이 또 벌어졌다. 선대위를 총괄하는 김종인 위원장이나 주연인 윤석열 후보 입장에선 황당하기 그지없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주연이 제 역할을 하게 해야 할 조연들이 매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으니 참 답답하고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정당이나 선거판에서 비일비재한 권력 갈등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여론조사 결과들이 지금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간 엎치락뒤치락 하지만 ‘우세한 정권교체론 덕분’(?)에 국민의 힘이 마치 다 차려진 밥상 앞에서 ‘상을 뒤엎어도 상관없다’ 는 식의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그렇다.

정치는 어떤 분야보다 ‘가능성의 종합예술’이라고도 한다.

정치가 아무리 진흙탕 싸움일지라도 결국 국가와 국민의 틀을 벗어날 순 없는 영역이다.

이젠 양당과 후보들이 대선판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신들이 국가와 국민 앞에 최종 책임질 주연인 만큼, 더 이상 조연과 주변에 자리를 내주는 틈을 보여선 안 된다.

양당의 대선 책임자들이 ‘물밑’에서라도 만나 ‘정상적 대선판’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혹’은 의혹대로 ‘검증’받고 법적인 문제는 법대로 풀도록 하고 국민 앞에 양당 후보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방안들을 진정으로 강구해야 한다.

영화나 연극무대에선 조연이 주연보다 더 빛날 순 있지만, 대선 무대에선 조연이 결코 후보를 대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젠 정상적인 대선 경쟁판을 보고 싶다.

◇ 現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정치평론가,컬럼니스트

◇ 前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前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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