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이우탁 기자]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중국·대만, 이란 등 주요 전략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장기적인 맥락에서 복잡한 변수들이 다뤄지겠지만 결국 미국이 지정학적 위험 부담을 지게 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군사적 경쟁자이기도 한 중국과 러시아는 바이든 정부의 전략적 결단력과 인내심, 용기 등을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성조기 /사진=픽사베이
미국 성조기 /사진=픽사베이

최근 외신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에서 G7과 유럽연합(EU) 외교장관들이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군사적 공격을 가할 경우 그 대가로 엄청난 결과와 심각한 비용이 발생할 것임을 표명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돼 가고 있다. 

앞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월 24일 크림 반도와 세바스토폴의 탈점령 및 재통합 전략을 승인하며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키예프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합병한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권 회복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러시아는 지난 4월 케르치 해협을 통과하는 우크라이나 및 외국 해군 함정의 운항을 10월까지 폐쇄하겠다고 위협했다. 흑해와 아조프해를 연결하는 케르치 해협은 러시아 남부와 크림 반도 사이의 중요한 연결선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같은 날인 4월 15일, 미국 은행들이 러시아 국채를 새로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제재안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EU 지도자들은 10월 정상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EU의 정치적 결속과 경제 통합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EU가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 일정을 명확히 하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스위스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있는 러시아 병력을 철수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푸틴의 철군 입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최근 주요 외신 보도에서 지난 11월 1일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인접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이례적 움직임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국경 인근에 러시아의 주요 군사장비가 옮겨지고 있음이 위성영상에서 포착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10만명에 이르는 러시아 군대가 흑해와 국경지대로 이동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이전 오바마, 트럼프 정부를 거치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올해 7월 독일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반대 입장을 철회하고 이 사업에 동의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독일 정부는 노르트스트림-2와 관련한 이면 합의조항을 두었는데,  여기에는 우크라이나가 기존 가스관 통행료를 지속해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며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에 강압적 행위를 한다면 미국이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비보르크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루민까지 1200㎞에 걸쳐 있는 가스관으로 지난 9월 10일 완공됐으나, 지금까지 가동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서의 러시아 군 움직임을 주시해왔던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노르트스트림-2의 가동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강력한 압박을 취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통해 천연가스가 흘러가는 것을 보고 싶어할 것이라며, 미국의 서방 동맹국들에게 있어 노르트스트림-2 사업은 러시아의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군사적 긴장이 계속 고조된다면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포함해 다른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외에 벨라루스의 상황도 미국과 EU를 포함한 주변국들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EU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와 각각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와 국가 통합을 논의 중인 가운데,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나토가 폴란드에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러시아 소식통을 통해 전했다.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 부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다른 스타일과 리더십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에 대한 견해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특히 필리핀 주변에서 그들의 해군 대치 상황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대만 주변 해역에서 중국의 군사 활동도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의 생각과는  달리,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보는 정치적·역사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대만이 보유한 반도체 제조에 대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자국의 경제적 야심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소로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중국은 미국에 의해 반도체 산업에서 고립돼 가고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전략분석 관계자는 만약 미국이 중국에 대해 완전한 기술적 봉쇄를 추구한다면 중국은 대만에 대해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향후 12~24개월 동안 중국·대만 위기의 확률을 65%로 예측하면서 중국이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전쟁을 피하는 쪽으로 노력하겠지만 △중국 내부의 불안 △미국 무기 판매의 변화 △대만의 독립 등, 경우의 수에 따라 위험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 미국은 이란과의 회담을 재개하면서, 이전 정부에서 탈퇴한 '2015년 핵협정'에 다시 합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하지만 협상은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과 관련해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미국이 협상 실패시 다른 옵션을 택할 수 있다며 이란 압박에 나서고 있다. 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월 9일 브리핑에서 외교적 해결이 핵위기를 막는데 최선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란이 이번 협상을 통해 성과를 도출할 의지가 없고, 핵프로그램 진전을 위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합의 복원을 목표로 이란과 비공식적인 복원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4월에는 양국 간 첫 협상이 시작된 이후, 핵합의 참가국들은 같은 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핵합의 복원 협상을 개시했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 6월 세예드 이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취임 후, 실질적인 진전이 없다면서 무기한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11월 29일 재개된 협상에서도 미국에게 앞으로 추가 제재가 없다고 보장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참가국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 3일 협상을 중단했다가 12월 10일, 17일 협상을 이어갔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17일 협상이 마무리 된 것에 대해 유럽 외교관들이 실망스러운 일시 중단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전략분석가는 "바이든 정부가 도처의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원과 정치적 소통의 중단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부담이 안보뿐만 아니라 금융 및 통화시장에까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우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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