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최근 내놓은 통계청의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담긴 각종 인구 지표는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예상보다 8년이나 앞당겨진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2050년 4736만명, 2070년에는 3766만명까지 줄어든다. 현재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3738만명이지만 50년 뒤엔 1737만명으로 급감할 거라고 추산했다.

출산율 급감이라는 ‘인구 위기’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게 2005년이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저출산 기조가 위기감을 높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고, 이후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지금까지 4차례 나왔다. 하지만 결과만 두고 봤을 때 저출산대책은 실패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그 많은 혈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정부는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지난 16년 간 200조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출산율 감소세가 멈추기는커녕 더욱 빨라지고만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편성, 집행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최근 10여년 간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한다.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으면서도 본래 목적과 관계없는 사업에 몰아주다 보니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면서 결과는 참담했다. 해마다 ‘특별 대책’이란 걸 내놓았지만 헛된 일이었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사망자 수가 역전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벌어졌다. 초유의 인구 감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5800명으로 1년 전보다 10.7% 감소한 반면에 사망자는 3% 늘어난 30만7700명으로, 사망이 출생보다 3만여 명 많았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가 집필한 책 '인구 미래 공존'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합계출산율이 지속된다면, 2100년 인구가 1800만명으로 감소한다. 2600~2700년 쯤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한국인이 태어나, 사망한다는 분석이다.

‘인구 위기’는 국가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다. 외국의 인구학자들은 한국이 저출산으로 소멸하는 첫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구절벽이든 데드 크로스든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져 급기야 국력 쇠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출산율 하락의 이유는 명확하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책임질 만한 직장이 없고, 직장이 있더라도 삶의 보금자리를 갖기 힘들고, 힘들게 마련한 내 집이 있더라도 아이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짐을 우리 청년세대들은 지고 있다.

2017년 방한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대학생 간담회에서 한국을 ‘집단 자살(collective suicide) 사회’라고 해 파문이 일었다. 사상 첫 여성 IMF 총재였던 그는 “결혼 안 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면 생산성과 성장률이 추락하고, 그러면 재정이 악화된다. 이런 악순환 고리가 바로 집단적 자살 현상이다. 이게 한국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저출산대책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연계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청년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 특히 서울로 몰린다. 서울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청년들을 비혼과 만혼으로 이끌기 때문에 이 고리를 균형발전 차원에서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예산편성권이 없어 정책의 책임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국무총리실 등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정부적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는 데 가장 우선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현재 일터, 장래 삶에 대한 전망, 주거 환경과 비용일 것이다. 현 우리 정부에서 이 세 가지는 모두 지리멸렬이다.

얼마 전 한 일간지 칼럼에서 읽은 내용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초저출산 위기를 평범한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새로 뽑히는 대통령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 비상수단을 동원하여 돌봄·양육·교육 시스템 전체를 개선하고, 직장과 주거여건을 개선하며, 가정과 사회의 성평등 등 전반적 삶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 청년이 우선이다. '아기 있는 집이 행복', '행복한 엄마'가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인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공약을 마련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해법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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