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실용주의 정책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순 없어”

[뉴스워치= 칼럼] 19세기 현대 중국 공산당의 실질적 창건자이자 중국 문화대혁명으로 공산주의 시대 위세를 떨쳤던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등장한 지도자는 덩샤오핑(鄧小平)이다. 덩샤오핑 역시 마오쩌둥을 따라 항일투쟁과 공산주의에 투철한 세기적 이념지도자였다.

세기적 공산주의 지도자인 작은 키의 덩샤오핑을 ‘작은 거인’으로 지칭되는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근거이자 업적은 21세기 중국을 경제 대국으로 이끈 그의 ‘사회주의 개방개혁 노선’ 때문이다.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에 기반한 중국경제 부흥정책 노선은 ‘휜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된다’ 는 사회주의식 실용주의 노선이었다.

공산주의, 민주주의라는 양 진영의 이념적 대결보다 중국의 먹고사는 문제에 진력한 덩샤오핑의 중국식 사회주의와 실용주의는 오늘날 세계 사회주의 국가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단순 비교할 바는 결코 아니지만, 해방 이후 공산주의 체제가 들어선 북한은 차치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루고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성장시켜온 대한민국도 여전히 이념적 갈등과 대립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노선’과 ‘정체성 논란’은 대선 때만 되면 극에 달했다. 잊혀질 만하면 ‘빨갱이’ 논쟁과 ‘극우, 친일’ 논쟁이 보혁 양 진영을 향한 단골 공격 메뉴, 이슈였다. 그런데 20代 대선을 앞둔 요즘 민주당과 국민의 힘으로 대별되는 진보 보수진영의 논쟁과 공세의 주된 메뉴에는 ‘이념’과 ‘노선 시비’가 눈에 띄질 않는 게 특징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에서 정통 ‘민주 진영의 본류’인 민주당과 ‘보수 우파 진영의 본산’인 국민의 힘이 하루아침에 정치적, 이념적 노선을 버린 것도 아니다. 엄연히 양 진영이 전통적으로 지향하는 정책과 노선은 엄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선 왜 그토록 양 진영 지지 세력에게 ‘파괴력’을 발휘하던 ‘정체성’과 ‘이념적 논쟁’은 표출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가장 큰 이유라면, 역대 양 진영의 대선 후보들보다 도드라지게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의 ‘탈 이념’, ‘외연 확장’ 노선과 선거 전략을 통한 집권 전략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국가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야기시키는 소모적, 공허한 이념적 노선경쟁이 ‘시대정신’에 맞지도 않고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범 민주 진영’에서 자신의 삶과 정치적 자산을 키워 왔지만, 민주당의 역대 대선 후보나 대통령보다는 훨씬 더 실용주의적 가치와 현실주의 노선을 표방해왔기에 현재 李 후보의 ‘실용주의 노선’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이 보수우파의 정치적 자산 속에서 삶을 살기보다 오히려 박근혜 前 대통령을 수사해 감옥에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탁됐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역시 보수우파의 진영논리나 이념에 매몰될 후보가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尹 후보 역시 진보 진영 인사들까지 영입하고 연일 실용주의를 외치고 있는 게 시비가 될 것도 없다.

‘실용주의’는 ‘현실의 결과’에 따라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세워지는 것이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국민 여론이 호응한다면 ‘흑’이든 ‘백’이든 상관없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쫓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쉬운 선거전략’이고 ‘참 편리한 정책 노선’이다.

오늘 내세운 정책과 공약이 국민에게 이익이 안 되고 반대한다면 언제든지 철회되고 소멸될 수도 있다. 상대 당의 정책과 공약이 국민에게 먹힌다면,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나중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집권 후의 문제일 뿐...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후보의 공언이 공허한 말이 아님이 분명해진 것이다. 현 문재인 대통령이 건재하고 지지율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임에도 실패한 부동산 정책 ‘실점 만회’를 위해 현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사실 집권 여당은 엄청난 도박(?)일 수도 있다. 당·정·청 이견은 당연히 터져 나온다. 하지만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운 ‘집권전략’ 앞에선 ‘닥치고 무기력’할 뿐이다.

젊은 학창 시절, 청년 시절을 전두환과 온몸으로 싸워왔던 민주 진영과 그 본산인 민주당의 이른바 ‘주류세력’들은 전두환의 ‘공과’(功過) 자체를 거론하는데 심기가 불편하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거침이 없다. 말은 드러나게 하지 않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고심의 흔적들은 역력하고 ‘속앓이’를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 후보 역시 실용주의를 내세운 광폭 행보는 민주당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 과거 적대적인 민주, 진보 진영 인사들의 영입과 세력 확장 행보는 민주당에 가히 위협적일 정도이다. 호남을 향한 거침없는 구애와 공세적 행보에 더하여 ‘돈으로 표를 산다’며 ‘포퓰리즘’이라 공격했던 코로나 국고지원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규모로 던진다. 보수당 내 논란은 있지만, 이 역시 실용주의 노선 앞에선 ‘힘없는 메아리 소리’일 뿐이다.

민주당 이재명의 후보는 모든 메시지와 자신의 업적을 통해 ‘민생과 실용주의’ 노선 관철과 실천을 스스로 입증하려 해왔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역시 보수 야당의 단골 메뉴인 ‘색깔론’ 공세나 ‘이념적 카테고리’를 스스로 타파하고 있다.

며칠 전 김한길 前 대표가 주도하는 ‘새 시대 준비위원회’ 출범 시 尹 후보는 “새시대의 정치는 실사구시·실용주의 정치”라고 거듭 천명했다. 민주 진보 진영이었던 김 前대표에게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맡긴 것을 두고도 향후 尹 후보의 집권 과정에 중도실용주의 세력의 결집체로 활용되고, 향후 ‘새로운 정치의 틀’을 짜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윤석열식 실용주의 정치’를 눈여겨보게 하는 대목이다.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처럼 여야 대선 후보들이 국민의 삶과 생존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현실적 판단과 기준, 실용적 정책과 노선으로 집권을 해서 실천을 하겠다는데 누가 큰 이견이 있겠는가 싶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치열한 ‘실용주의, 현실주의 노선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원래 그것은 당신네 당의 것이 아니고, 당신들의 노선이 아니다’라고 해본들 공허한 헛소리가 될 정도로 대선은 ‘닥치고 실용주의 만능의 길’로 치닫는 느낌이다.

그러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생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의 모든 실용주의 노선이  ‘만능주의 정책’으로 되기도 어렵고 늘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때론 ‘후보’ 자신들에겐 ‘맞는 옷’일지라도, ‘우리’에겐 ‘맞지 않는 옷’이 있다. 정치에서 ‘우리’는 다름 아닌 ‘정체성’과 ‘정치적 본질’을 추구하는 세력의 결집체인 ‘정당’이 있기 때문이다.

집권하고자 하는 정당은 그 정당의 후보에 ‘걸맞는 옷’을 만들어 입히는 게 순리이지 후보가 나올 때 마다 정당의 정체성이 뭔지 그들이 만들려는 나라가 뭔지 달라지는 일은 그렇게 바람직한 정당정치가 아닐 수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지나친 ‘실용주의, 현실주의 노선경쟁’이 자칫 ‘닥치고 식’, ‘묻지마 식 실용주의’ 경쟁으로 맹목적 실용주의를 잉태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 現 박동규 한반도미래전략연구소 대표/정치평론가,컬럼니스트

◇ 前 청와대 국정상황실/정무수석실 행정관

◇ 前 독립기념관 사무처장

◇ 前 대통령직속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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