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두환 중대범죄” 비판하면서도 ‘경제 성과’ 언급해 논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상인과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3일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상인과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중도 확장을 위해 연일 거침없는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 씨의 ‘경제 성과’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해 부동산·탈원전 정책 등과 관련 문재인 정부와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또 보수층 유권자까지 겨냥해 “김대중 정책이든 박정희 정책이든 좌우 따지지 말고 국민들한테 필요한 것에 나서야 한다”면서 실용적 면모 부각에 적극 나섰다.

연일 거침없는 ‘우클릭’ 행보를 보였던 이 후보가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정치인의 ‘공과’를 언급하며 전두환 씨의 ‘경제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하면서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진 즉석연설에서 보수 진영의 전직 대통령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모든 정치인은 공과가 공존한다”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 생명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범죄”라며 “그래서 그는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경제 성과’ 언급한 이유는?… “이재명 좀 나갔다” 비판 목소리 표출

이 후보는 13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즉석연설에서 자신의 ‘전두환 경제 성과’ 발언에 대해 “전두환은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살해한 용서할 수 없는 중범죄자다. 호평한 것은 전혀 아니다”면서도 “우리가 양자택일, 흑백논리에 지나치게 빠져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이다. 종합적 평가는 하되 그렇다고 상대 진영은 100% 나쁘고 우리 진영은 100% 옳다는 태도는 마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전날 경북 김천 추풍령 휴게소의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전두환 경제 성과'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논리, 진영논리”라며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후보는 “작은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적 인물이라고 말했다”며 “그런데 그 중 일부만 떼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되자 지난 10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라며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지금 즉시 석고대죄하시라”고 거센 비판을 가한 바 있다.

이 후보는 같은 달 22일에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전두환 돌판’을 밟고 “윤 후보님은 존경하는 분이라 밟기 어려우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에는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정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씨의 사망과 관련해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께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면서 “중대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도 않은 점을 참으로 아쉽게 생각한다”라며 선명성을 부각시켰다.

이 같은 행보를 보였던 이 후보가 돌연 전씨의 ‘경제 성과’를 언급하고 나서자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가 ‘보수층’ 표심을 의식해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YTN에서 “과거의 역사적 평가를 ‘공과’ 이렇게 취사선택하게 되면 전체적인 평가가 없어져 버리는 거다. 전체적인 평가가 없어져 버리면서 평가 자체가 상당히 선택적이 돼버리는 이러한 문제가 있다”며 “물론 전두환 정권이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 사람의 생명을 죽였다. 부정적인 얘기도 했지만 이재명 후보가 좀 나간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이런 부분들이 자꾸만 반복되다 보면 자기가 갖고 있는 정체성이라든가 집토끼를 놓칠 수가 있다”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수위 조절과 신중함, 고민도 같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말 바꾸기’라며 거센 공격을 가하고 있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말 바꾸기가 일상이 돼버린 이 후보가 이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마저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전두환을 재평가하려는 자가 전두환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재명 후보를 향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며 “국민 모두가 치를 떠는 내란범죄자, 일말의 반성도 없이 떠난 학살자의 공과를 굳이 재평가하려는 것은 선거전략일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치권 안팎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윤석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는 다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불필요한 언급’이었다는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의 발언하고는 다른 이야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한 말씀이었다, 이렇게 생각한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의 발언은)진영 논리에 사로잡혀서 모든 것을 다 잘못했다. 또 모든 것을 다 잘했다. 이렇게 이야기할 게 아니라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지 윤석열 후보처럼 무슨 쿠데타나 광주학살 빼고는 다 잘했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다”며 “거두절미하고 발췌해서 그것만 막 해서 똑같은 거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과도한 비판”이라며 이 후보를 옹호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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