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변호사는 도제식 교육을 받아 각자 다른 변호 방법을 터득합니다. 교과서로 배우는 것은 법과 판례이지 변호방법·태도 등이 아니므로, 어쩌면 변호사들은 죽을 때까지 올바른 변호 방법이 뭔지 모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법원·검찰은 고도로 숙련된 법률 전문가인데다가 통상의 변호사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조직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고, 이와 더불어 개업이 쉬운 변호사들보다 훨씬 긴 기간 도제식 교육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변호사의 변호방법이나 태도가 단순히 적절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그 결과가 부당하게 나오지는 아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변호사는 죽을 때까지 적절한 변호방법·태도가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변호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것만큼은 부적절하다고 여긴 변호방법·태도가 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는 법원에 처음 제출하는 서면에 지나치게 많은 주변 내용을 담는 것입니다. 물론 사건은 결국 사람의 일이므로 배경과 동기 역시 풍부하게 설명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허나 사건을 판단하는 판·검사는 모두 사람이지 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므로, 사건의 초기에는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지 요건사실에 맞춰 최대한 간단 명료하게 서면을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서면의 양이 부득이하게 많아질 수밖에 없을 때에는 요건사실만을 따로 정리한 요약 서면을 별도로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변론 절차에서 본인만의 페이스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잘못은 의뢰인이 법원에 출석하거나 방청하는 경우 종종 발생합니다. 판단하는 사람은 판사임에도, 의뢰인에게 어필하기 위하여 절차에 적절하지 아니한 발언을 하며 의뢰인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론은 의뢰인에게 당장의 만족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자칫 잘못하면 판사로 하여금 변호사가 절차에 미숙하거나 억지 주장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고 여깁니다.

세 번째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변호사가 사건을 아무리 지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뢰인과의 소통 부족이나 설명 부족 또는 의뢰인이 사실을 숨기거나 착오하여 설명하는 등등의 문제로 인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반론을 맞이할 수도 있는데, 무턱대고 벌여놓은 말이 조서에 기재라도 되면 향후 이와 다른 주장을 할 수 없어 곤란할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 발언이 조서에 기재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판사는 일단의 발언을 기억할 것이므로, 그 후 이와 다른 변론을 하게 될 경우 인상의 문제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네 번째는 판단은 결국 판·검사가 하는 것인데 그 판단까지 변호사가 하여 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변호사는 당사자를 위하여 충분히 주장하면 족하고, 판·검사가 그 주장을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것이 맞는데, 본인이 이미 판·검사인 양 판단하여 버리는 태도는 자칫하면 판단하는 입장의 반감을 살 수 있습니다.

김연기 변호사.
김연기 변호사.

이상과 같은 잘못은 때로는 변호사 스스로 본인이 변호사라는 것에 도취되어 범하는 실수라고 여깁니다.

그럼에도 변호 업무의 특수성, 즉 의뢰인은 변호사의 업무 수행에 기댈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변호사가 내 편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 상황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그 부적절함을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보입니다.

다른 영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최근 핫한 정치권의 주제는 결국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일 것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주체는 결국 대통령 후보고,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지요. 선대위나 당은 모두 대통령 후보를 돕는 위치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보다 더 두드러진다거나 선대위 구성이 대통령 본인보다 더 이슈가 된다면 대통령 선거에 이로울까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선거도 재판도 결국 승리를 목적으로 합니다. 당과 선대위가 거들 뿐인 듯 변호사도 결코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전문가로서 의뢰인을 돕더라도 어디까지나 주체는 의뢰인이고 변호사는 거들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수 졸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부동산)

-MBC시사매거진2580, 수원 T브로드, 경향신문 등에 자문

-現)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現) 법률사무소 이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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