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게 낫겠다.”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후보들이 국회의원 한번 해 본 적 없는 데다 모두 고소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회자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정치인이 지방 도시를 찾아 열변을 토했다. “제가 당선되면 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놓아드리겠습니다.” 술렁이는 청중 속에서 한 청년이 용감하게 외쳤다. “우리 고장에는 강이 없는데요?” 그러자 그 정치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했다. “그러면 강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당선이 전부인 정치인에게 강을 놓아주겠다는 허언(虛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즈음 대통령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 중 인기 영합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게 많다. 정치인들은 으레 '현실적'인 공약보다는 '낙관적'인 공약을 내놓기 마련이다. 표심을 얻으려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바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라 할 수 있다.

일단 권력 게임에서 이기고 봐야 하는 정치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만 높으면 되는 정치에 모두가 매진하고 있을 뿐이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선심성 정책만 쏟아낼 뿐 나라의 미래 비전과 정책에 대한 논의는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진영 간 대결, 네거티브 공방, 선거대책위원회 자리 싸움 같은 구태 정치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어 포퓰리즘 공약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이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00만가구 '기본주택'을 내세운다. '무주택자 누구나', '역세권 같은 도시의 핵심 지역에',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거주'할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30만가구 '청년 원가주택'을 내세운다. '시세보다 싼 원가로', 주택을 분양받은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국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게다가 공급 규모도 100만 가구, 30만 가구라고 한다. 그 돈은 다 어디서 나올 것인가. 

대선후보들 간 현금공약 경쟁도 한창이다. 청년 공약의 경우, 한쪽에선 기본소득(연 200만원) 및 기본대출(1000만원)을 제시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청년도약을 위한 보장금(월 50만원x8개월) 및 계좌보조금(연 250만원)으로 맞선다. 청년층에 대한 대선 경쟁이 돈잔치 공약 대결로 치닫는 양상이다.

대선에 두 번 출마했던 모 후보는 결혼하면 1억원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외교관보다 연예인이 더 나라를 알린다. 주택이 없다면 주택을 지원해주고 아파트가 없으면 작은 평수라도 한 채씩 지원하겠다.” 연예인 생일에 10만원씩 주고, 생일케이크는 택배로 배달해 주겠다고도 했다. 

포퓰리즘 공약은 당장 매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누가 집권하더라도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하게 된다. 여야 대선후보의 포퓰리즘 공약은 수조 원이나 수십조 원이 소요되지만 제대로 된 재원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나랏빚으로 해결하게 된다.

국민 모두를 위로한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변했던 여당 대선후보가 최근 자신의 주장을 접었다. 60%가 넘는 국민이 반대한다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 덕분이다. 이는 퍼주기 공세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는 시민의식의 성숙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정치권과 정부의 퍼주기 포퓰리즘을 말끔히 몰아내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몫임이 이번 일로 분명해졌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정치는 4류’라고 한 지 20여 년이 흘렀건만 변한 게 없다. 오히려 공인(公人)의 책임감도, 사인(私人)의 부끄러움도 상실한 ‘정치 건달들’이 판친다. 그들이 조선 예송논쟁 하듯 아무말 대잔치와 말꼬리 잡기로 허송한 세월이 얼마였던가.  

복지정책에서 제도적 접근이 아닌 단순한 선거용 돈 풀기에 국민이 넘어갈 거라고 보면 오산이다. 대선이 임박할수록 포퓰리즘 공약이 넘쳐날 것이다. 하지만 투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후보들이 이제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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