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치러주는 '장례지도사'.

나의 일이다. 3일을 유족들과 함께 울다 보면 그 집안의 요지경 풍경 속으로 같이 들어가곤 한다. 어느 집 하나 문제 없는 집안 없고, 맘 편한 집구석 없다. 우리 내는 다 그렇게 조금씩 아리고 쓰리게 살아가고 있다. 겉은 참 멀쩡해 보여도 말이다.

아들이 셋 있었다. 나이는 40~50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자부(며느리)가 한 명도 없다. 둘은 아직 못 갔고, 하나는 갔다 왔다. 어머니는 결국 아들 자식 각시랑 오손도손 사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눈 감으셨다. 아들들은 장례 내내 그 부분을 가장 맘에 걸려 했다.

결혼하기 힘든 나라. 결혼 해서 잘 살기 힘든 나라. 지금 이 시대의 여기 이곳 대한민국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다. 우리나라 인구를 고려했을 때 하루에 300쌍의 부부가 남남이 된다고 한다.  이혼만큼이나 비혼도 문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 3502건으로 전년에 비해 10%넘게 줄었다. '요즘 애들은 결혼을 안 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 되었는데, 갈수록 더 심해진다는 얘기다. 전체 건수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라 한다. 21년 올 한해는 더 줄지 않았을까. 코로나를 겪는 지난 몇 년은 정말 청춘들에게 외롭고 쓸쓸한 나날들이었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결혼식을 연기한 커플이 많았고, 외국인 입국이 제한돼 국제결혼이 줄어든 것도 이유로 꼽힌다. 히지만 코로나는 그저 거들 뿐, 근본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해도 오래 못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A(여): 니 결혼은 안하나? 아에 생각 없는거 같은데?

B(남): 결혼? 그거 해서 머하는데. 해도 별로 좋아 비도 (보이지도) 않드만

C(남): 야야 하지마라~ 내바라~ 맨날 뼈빠지게 일해 돈 갖다 주면 머하노. 집에서 대우도 못 받고.

A(여): 니 집에 얼마 갖다 주는데?

C(남): 500 에서 700은 갖다 주지. 그래도 맨날 돈 없다 한다.

A(여): 집대출, 차대출, 보험, 적금, 애들 학원비 고정 500 그냥 나간다. 200으로 살림 사는거 쉬운 줄 아나? 안쉽다. 니가 작게 벌어다주는거 아닌데 그렇다고 와이프가 씀씀이가 해픈것도 아니다. 니 직접 살림 살아바라. 얘기 다르다.

C(남): 아니 그러면 내를 좀 우러러 봐 주든가. 고생했다 말 한마디 해 주든가. 나도 밖에서 쎄빠지게(열심히) 일하고 들어가는데 보자마자 틱틱거리고 애 보라 하고 하면 짜증 나나 안나나.

A(여): 아들 둘 연년생이라며. 야 와이프 지금 사경을 헤맬거다. 하루 종일 니만 기다리지. 진짜 화장실도 못가고 밥도 못먹고 애 본다. 그 당연히 도와주야지. 주 차뿔라 마.

B(남): 아이고 난 고마 결혼 안하고 말지. 저러면서 왜 사는지 모르겠네.

주변에서 한 번씩 들어봄 직 한 이야기들이다. 결혼을 안하고, 했다가 헤어지는 이유와 케이스는 주변에 차고도 넘친다.  하지만 돈 문제와 인격의 문제는 꽤 많은 사람들의 ‘싱글주의’에 이유가 되고 있다. '아껴서 잘살자. 돈 모아 집사자' '참고 살아야 한다. 애는 엄마가 봐야지'라는 말이 귓등으로도 안 먹힌 지는 오래다. 내 멋대로 살 자유는 우리 모두에게 있지만, 이로 인한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위기이고 새 정부의 최우선적 과제다.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에 일할 인력이 없다는 것이고, 세금을 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세금을 받아갈 부양식구들은 부지기수로 늘어가는데, 부양할 사람이 없으면 그건 국가 부도 사태다.

출산 육아 정책은 아주 전향적이고 진취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인구대책과 출산.육아를 전담하는 가칭 '출산육아부'를 신설해야 한다. '여성부'를 폐지하든, 재편하든 더 중요한 문제는 '출산 육아'다. 사회 전반의 문제들 중 가장 정부가 깊게 관여해야 할 주제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아이를 사회가 함께 낳고 함께 기른다는 전향적인 사고방식이 없다면, 저출산과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까진 현 대선후보들에게서 이러한 인식의 발로를 찾아볼 수 없고, 공약으로 구체화된 내용은 더더욱 찾기 힘들다.

아이가 성인이 되는 만18세 이전까지 육아휴직을 3번에 나누어 쓸 수 있게 하자는, 지난 국민의 힘 대선 경선 당시 유승민 후보의 공약은 많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3번 퇴사의 유혹을 심하게 받는데, 태어난 직후 영아기때와 초등학교 1학년 때, 그리고 고3 때라 한다.

비정규직, 자영업자를 하는 여성들에게도 출산, 육아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가게를 하면서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다. 대부분 할머니 손에 맡겨지거나 가게 한 쪽 쪽방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나 육아가 버겁기는 마찬가지인데, 그간 사각지대에 있었다.

난임부부의 난임 치료와 시험관 시술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전폭적으로 늘려야 한다. 아이를 안 낳아서 문제인 상황에서, 낳고자 이렇게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국가가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불임의 고통이 그저 개인 가정의 안타까운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고통이고 안타까움 인 것이다.

손수조
손수조

◇ 장례지도사

◇ 차세대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전)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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