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국 논란’에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달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지난 2019년 정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당시 장관에 지명된 이후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이 불거지며 야당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았었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야당은 여권의 ‘내로남불’을 공격할 때마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단골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 중 하나로 ‘조국 사태’가 거론되기도 했지만 일부 여당 강성 지지층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민주당 일각 “중도 마음 얻으려면 조국의 강 건너야”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또다시 조국 전 장관 논란이 여권 내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비주류 일각에서는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는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주류인 조응천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이 선거의 관건은 누가 중도의 마음을 얻느냐인데 그중에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 중에 큰 것은 결국은 조국의 강을 확실히 건넜냐”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조국의 강을 건너다가 강성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골수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으로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대선후보도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히며 몸을 낮췄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전북 김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잘못됐다고 하면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을 대표해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실망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그런 실망을 또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책무라고 생각해 사과드린 것이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2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도 “조국 전 장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민주당이 그간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또 비판받는 문제의 근원 중 하나”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민주개혁 진영은 사실은 더 청렴해야 되고 작은 하자조차도 더 크게 책임지는 게 맞다”며 “특히 공정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 시대 상황에서 또 민주당이 우리 국민들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또 실망시켜 드리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이 후보의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가 부적절하다는 비판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후보도 여론에 좇아 조국에 대해 사과를 반복했다”며 “대통령 후보의 사과를 이용해 다시 ‘조국은 불공정하다’로 한번 더 낙인 찍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조국과 그 가족에 가한 서슴없는 공포는 언급하지 않고 사과를 말한다. 참 무섭다”며 “윤석열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수사라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영웅화시켰다. 그러나 그 뒤에 가려져 있는 가혹한 수사와 기소권 남용, 무리한 공소장 변경 등 검찰이 저지른 인권침해에 대해 비판도 없고 침묵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과거에 갇혀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는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에서 조국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지는 게 온당한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과거의 평가에 갇혀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미래 가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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