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참석해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純)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우리는 그때까지 매년 평균 4.17%의 감축률을 유지해야 한다.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때문에 탄소중립 계획이 무모하다는 주장도 일부에선 나오고 있다. 속도가 미국 등 선진국보다 2~3배나 빠른 데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는 실현하기 매우 어렵다는 게 이유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가 도를 넘었다. 지난해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뺀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마련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2050년까지 국내 발전량의 41.9%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완전히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국내에는 석탄화력발전소 56기가 가동 중이며, 7기를 새로 짓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비율도 26.8%에서 7.5%로 축소한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61.9%로 높이는 대신 원전 비중은 23%에서 7%로 낮춘다.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원전은 탄소중립 로드맵을 짜는 데 핵심이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원별(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이 991g, 석유는 782g, 가스는 549g이다. 태양광은 57g, 원자력은 10g밖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원자력보다 좋은 에너지는 없어 보인다.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다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해 탈원전이 한때 세계를 유행처럼 휩쓸었으나 반전되고 있다. 당초 기대한 환경개선 효과보다는 전력난을 초래했고 4차 산업으로 급증하는 전력을 원전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 “국민들 의견에 맞춰서 충분히 재고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울 3·4호기는 원래 2022·23년 준공 예정이었지만 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 이 후보 발언은 여론 찬성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지난 몇 년 간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원전 찬성’이 70% 나왔던 걸 알고서 한 얘기일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은 망하러 가자는 얘기”라는 등 ‘탈원전 폐기’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산자부 장관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에 8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했고, 한전·한수원 사장도 원전 건설 재개에 찬성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원전 정책을 다루거나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는 책임자들 대다수가 탈원전에 더 고집을 부려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공개해온 것이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향후 60년간 원전은 우리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신한울 원전1호기 가동 허가 승인을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셀런버거는 "핵폐기물은 그 누구도 해치지 않지만, 태양광 패널에 포함된 중금속은 절대 분해되지 않고, 풍력발전기는 동물의 서식지를 줄이고 많은 조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국에 탈원전 정책 폐기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독점하고 있는 원전(原電) 시장을 되찾아 와야 한다며 원자력 재건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원전과 수소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프랑스 2030’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 원자력 폐기물 관리, 수소 인프라 확충 등에 우리 돈으로 약 1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핀란드 등 유럽 10개국 장관들은 “기후변화와 싸울 때 원전은 최상의 무기다. 유럽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기고문을 각국 신문에 발표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세계가 다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가 원전 부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에너지공기업들은 정부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8월에 공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을 보완하는 가스 발전이 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는 심각해졌다. 

탄소배출량 감축과 이를 위한 에너지 전환은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다. 철강, 석유화학, 전자 등 전력 다소비 업종에서 기업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존 설비를 대체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탄소중립을 위한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352개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탄소중립 동참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은 64.2%에 달했으나 정부의 2030 온실가스 40%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88.4%가 부정적인 것으로 응답했다. 정부로서도 대규모 재정을 여러 해에 걸쳐 투입해야 하는 등 부담감이 상당하다. 이 부담은 한 세대가 모두 책임질 일도 아니어서 현재 정부가 제시한 2050 탄소중립을 이룰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절박한 탄소중립은 원자력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해 보인다.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원자력은 필수적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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