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의 갈등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지방에서 비공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긴 뒤 30일부터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 상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패싱’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대표가 선대위 일정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하고 자신이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까지 선대위에 합류하자 그동안 누적돼온 불만이 폭발해 칩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대표나 선대위직 사퇴를 비롯한 중대 결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 대표의 휴대전화는 지난달 30일 종일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그의 행적도 파악되지 않았으나 뒤늦게 부산에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했다. 1일에는 윤석열 후보의 측근 장제원 의원 지역구인 부산 사상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했고, 오후에는 여수로 이동해 만흥동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같은 날 순천을 방문해서는 지역구 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일에는 제주를 방문해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임종 회장과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 직무대행 등을 만났고,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방에서 ‘잠행’ 아닌 잠행을 이어가며 윤 후보 측에 대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제주도에 머무르며 JTBC와 인터뷰를 갖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했던 말의 울림이 지금의 윤 후보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가 익명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낸 것과 관련 “다 아시겠지만 여러 명이다. 익명으로 장난치고 후보 권위를 빌어 호가호위하는 것”이라며 “저는 실패한 대통령 후보, 실패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이준석 달래기 성공할까

이 대표는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것이 당무 거부냐 얘기하시는데 우리 후보가 선출된 이후에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면서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에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는 스타트업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준석 대표의 복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라는 질문에 “무리하게 (복귀를) 압박하듯이 할 생각은 사실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도 어느 정도 리프레시(재충전)를 했으면”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윤 후보의 만남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는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3일 비공개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대표에 대해 “굉장히 만나고 싶다. 저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만나서”라며 “제가 오늘도 사실 일정을 좀 정리하고 제주도를 가려고 했는데 (이준석 대표가) 장소를 또 옮긴다고 하고 안 만나겠다고 선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 윤 후보가 점심 식사 후 울산을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이 대표가 제주에서 울산으로 이동한다고 하니 윤 후보도 곧장 울산으로 가서 이 대표를 만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일단 울산으로 출발했지만 이 대표와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대위는 이날 공지를 통해 “윤 후보가 오후 2시 40분경 당사 후보실을 출발했다”며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님을 뵙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거듭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제주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 측에서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지만 만날 수 있다고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거기에 대해 굉장한 당혹감을 느낀다”며 “제가 누군가에게 왜 사전에 (의제를) 제출해서 사전 검열을 받아야만 하느냐에 관한 강한 문제 의식이 있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어 “당 대표와 만나는 자리에 후보가 직접 나오지 못하고 핵심 관계자 검열을 거치려는 의도라면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