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매년 10월이 되면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며 기대를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진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즈음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지만, 유독 문학 분야에서만큼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언​제쯤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누군가 속 시원히 답을 해줬으면 하는 요즘이다. 누군가는 2년 내, 또 누군가는 2025년 이후, 각기 다른 답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명쾌한 때를 말해 주진 않아도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어느 일간지 칼럼에서 ‘책을 읽는 건 앉은 자리에서 가장 멀리까지 가는 일’이라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마음을 다잡으며 책 읽기를 강조하는 명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도 지역민을 받아주려는 공공도서관들이 왠지 대견스럽다.

공공도서관들이 코로나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이제 부분 운영을 하고 있다. 유리 칸막이를 설치하고, 일정 거리 이상 띄우고 자리를 배치했으며, 매시간 책상을 닦고 반납한 책을 소독한다. 출입 인원도 적절하게 제한하고 있다. 

도서관에 진열돼 있는 책은 인류의 지식과 경험이 누적된 최고의 보물이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책이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비용 대비 효용가치는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며 살아야 하는지, 내 삶의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 삶의 모든 지혜와 혜안이 그 속에 녹아 있다. ​

좋은 책은 횃불에 불을 댕기는 것과 같고, 때로는 그 빛이 돌연 사람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먼 데를 볼 수 있는 정신의 힘은 보통의 삶에서라면 책을 펼칠 때 가능할지 모른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선진국 중 책을 가장 안 읽는 나라다. 지난해 조사에서 성인 10명 중 4.5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읽었다. 한 달 독서량은 전자책·오디오북까지 합쳐 0.6권(연간 7.5권)이다. 1년 도서구입비(3만5000원)가 한우 1인분 값도 안 된다. 

“하루에 세 끼를 먹으면 배가 부르지만 하루에 세 번 책을 읽으면 현명해진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의 이 말은 독서의 필요성과 그 효용을 잘 웅변해 주고 있다. 

빵으로 배는 채울 수 있지만 가슴을 채울 수는 없다.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마음의 충전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책은 시공을 초월해 영혼을 밝히는 등불 같은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 책만큼 위대한 발명품은 없다는 것이다.

책은 늘 다양한 공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경험하기 힘든 경험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 동서고금(東西古今) 어디든 오갈 수 있다. 독서를 통해서  달에 가볼 수 있고 별에도 가볼 수 있다. 일본 소도시에서 살아도 보고 미국 뉴욕의 중심거리에서도 살아볼 수 있다. 책이 매개체가 되어 우리의 활동 영역을 넓혀준다. 

당분간 세계는 극심한 경제침체와 패권 전쟁을 동반한 이중의 혼란이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늘 혼돈과 위기 이후에 강점을 발휘하면서 새롭게 혁신해 왔다. 1997년 초유의 환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개입을 겪으면서 우리는 재벌 구조조정과 부실기업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던 경험이 있다.

중동 사막을 황금밭으로 만든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시인의 마음으로 국가를 경영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시와 함께 자랐으며, 시를 통해 영감과 상상력을 얻었다고 한다. 두바이를 중동의 금융허브로 바꾼 원동력이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인생에서 실패를 덜 겪게 된다고 말한다. 그게 곧 간접경험과 연결돼 있는 것이다. 책은 고가의 물건도 아니고 구하기 힘든 것도 아니다. 무겁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사람들 곁에서 이야기를 전달해줄 뿐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한 달에 한 권씩 책 읽기를 권장하고, 책을 읽은 학생에게 작은 테스트를 거쳐 2달러씩 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자녀교육으로 소문난 유대인의 가정교육은 유아기부터 책 읽기와 책 선물이 특징이다.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대학 합격자의 20~40%,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40%가 유대인이라는 점은 청소년기의 독서습관에 따른 창의력·상상력 덕분이다.

이즈음 문화 콘텐츠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현재 한류의 무게 중심은 ‘K-POP’에서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웹툰, 플랫폼 등 ‘K-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머지않아 신한류(新韓流) 독서 열풍으로 ‘K-문학’의 위력도 전 세계에 뻗어나길 기대해 본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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