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대기업 인사 키워드 핵심 ‘세대교체’·‘성과주의’…올해도 기조는 이어져
LG그룹, 젊은 인재 앞세워 미래 준비…구광모 회장 취임 4년 만에 최대 인사 선보여
롯데그룹, 파격적 인사 카드 공개…순혈주의 타파, 경쟁사 출신 외부 인사 대거 수혈
삼성·SK·현대차그룹, 다음달 임원 인사 앞두고 혁신 인사 카드 선보일 가능성 높아져
이재용 부회장 ‘뉴 삼성’, 최태원 회장 ‘미래 사업’, 정의선 회장 ‘기술 혁신’ 반영될 듯

LG그룹 본사 여의도 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LG그룹 본사 여의도 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드디어 인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LG그룹과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국내 5대 그룹이 일제히 연말 정기 임원 인사 시즌에 돌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여파로 각 기업들이 그 동안 안정 속 변화를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위드(with)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시행되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한편 ‘세대교체’를 위해 강도 높은 임원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대기업들이 보여준 인사 키워드의 핵심은 ‘세대교체’와 ‘성과주의’였다. 올해도 ‘2022년도 정기인사’에서 이 기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과 롯데그룹이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연말 임원 인사를 확정·발표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혁신을 주도할 세대교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먼저 LG그룹의 경우 젊은 인재를 앞세워 미래 준비한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에 취임 5년차에 접어드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고려한 대규모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2022년도 임원 인사는 구 회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실시한 네 번의 인사 중 최대 규모다.

성과주의 원칙에 근거해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대부분 유임하거나 일부는 승진하고 신임 임원은 40대를 중심으로 대거 발탁한 것이 특징이다.

LG에 따르면 이번 임원 인사에서 신규 임원 132명을 비롯해 총 179명이 승진했다. CEO와 사업본부장급 5명을 발탁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인사 규모는 181명으로 지난해(172명)보다 9명 늘었다.

구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격이었던 권영수 부회장이 ㈜LG 최고운영책임자(COO·Chief Operating Officer)에서 최근 LG에너지솔루션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CEO급 일부가 바뀌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 COO를 맡게 됐고 LG전자에서는 조주완 부사장이 새 CEO·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외 대부분의 계열사 CEO는 유임했다.

이번 인사로 LG그룹의 부회장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에 권봉석 부회장까지 총 4명이 됐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에서 가전·TV 사업은 성장시키고 장기 적자였던 휴대폰 사업은 철수하는 결단을 한 인물로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적임자로 꼽힌다.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고려한 최고 경영진 인사를 통해 구 회장의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연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과를 낸 기존 경영진에도 신뢰를 보내 지속 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역량을 갖춘 리더에게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 준비와 변화에 속도를 내려는 포석이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최근 사장단 워크숍과 사업보고회에서 “이제는 그간 추진해온 고객 가치 경영에 더욱 집중해 질적으로 성장하고 변화를 주도할 실행력을 강화할 인재를 적극 확보해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임 상무에는 총 132명 선임됐다. 지난해(118명)보다 14명이나 늘었다. 특히 신규 임원 중 40대가 82명으로 62%를 차지한다.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은 1980년생으로 올해 41세인 LG전자 신정은 상무다. 여성인 신 상무는 차량용 5세대 이동통신(5G·IMT-2020) 텔레매틱스를 선행 개발해 신규 수주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발탁됐다. 여성인 이향은(43) 상무, 김효은(45) 상무도 외부에서 LG전자로 영입됐다.

지주사인 ㈜LG는 ▲미래 신규사업 발굴·투자를 담당할 경영전략부문 ▲지주회사 운영 전반과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 역할을 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가 고객 가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 최고재무책임자(CFO·Chief Financial Officer)인 하범종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CFO 겸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됐다. 이외에 지주사 팀장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중용해 참모진 세대교체를 꾀했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도 이날 오후 3시께 롯데그룹은 이날 롯데지주를 포함해 38개 각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주요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유통부문의 대대적인 변화를 담은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이 눈에 띈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를 두고 파격의 연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는 ’롯데맨‘이 아닌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 내에서도 ’순혈주의‘가 강했던 유통 부문의 수장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했고 신동빈 체제의 상징 중 하나로 꼽혔던 사업 부문(BU·Business Unit) 조직도 폐지했다. 수년간 계속된 실적 부진에 “이대로 가면 경쟁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의 발로라는 분석이다.

롯데쇼핑 대표에는 김상현(58) 전 홈플러스 부회장, 호텔롯데 대표에는 안세진(57) 전 놀부 대표이사가 영입됐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은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쇼핑은 대표뿐 아니라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등 4개 사업 부문 중 3개 부문을 사실상 외부 출신이 맡게 됐다. 정준호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 공채로 입사해 조선호텔, 신세계 이마트 부츠(Boots) 사업 담당을 거쳐 2019년에 롯데쇼핑 패션 자회사인 롯데GFR 대표를 맡았다.

이커머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이고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는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친 뒤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에 합류한 인물이다.

이처럼 롯데쇼핑의 주요 직책을 외부 출신에 맡긴 것은 그룹 성장의 주역이었던 유통사업 부진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롯데의 유통사업은 그간 경쟁사보다 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발 늦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가속화되는 와중에도 온라인 부문이 적자를 거듭했고 백화점 사업도 경쟁사에 비해 코로나19 ‘팬트업(Pent Up·억눌린) 보복 소비’ 수요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

앞으로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SSG닷컴 기업공개·신규상장(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추진하며 온라인 시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고 신세계백화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롯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신임 대표에게는 혁신과 변화를 일으켜 고전 중인 롯데의 유통 사업을 되살리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키워드는 조직 개편이다. 롯데는 2017년 3월 비슷한 계열사끼리 묶어 수평적 구조에서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기 위해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계열사 간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더딘 의사결정 속도로 반전의 모멘텀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됐고 결국 5년여 만에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4개 사업군 내에 신설된 HQ(헤드쿼터·HeadQuarter)는 총괄대표를 중심으로 현장 경영에 보다 중점을 두도록 했다.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각 그룹사의 자율경영, 책임경영도 강화한다. 사업군별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것뿐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실행력을 높이고 사업군별로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롯데는 지주와 HQ, 계열사 간 소통 강화와 조율을 위해 지주의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환경 보호·사회적 가치 공헌·지배구조 윤리경영) 경영혁신실 산하에 사업지원팀을 신설했다. 지주는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 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조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LG그룹과 롯데그룹의 혁신적 ‘임원 인사’에 이어 내달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도 파격 인사할지 관심이 모인다. 특히 재계에서는 다음달 임원 인사를 앞두고 혁신 인사 카드 선보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뉴 삼성’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래 사업’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술 혁신’을 내세운 만큼 의중이 크게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초에 정기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첫 인사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1주기를 맞아 ‘뉴 삼성’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선 이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르며 ‘뉴 삼성’ 행보에 시동을 걸고 비전을 가시화하면서 연말 인사에도 ‘뉴 삼성’의 미래 비전이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또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조직 재편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이번에 생길 지에 대한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뉴 삼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 전반의 미래사업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곳이 필요하다는 대내외적인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삼성그룹의 인사 전망은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주총에서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3명을 모두 재선임하면서 2018년부터 이어진 체제 안정 쪽에 무게 중심을 뒀다. 

하지만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성과주의 기조를 강화하려는 분위기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조직개편까지 함께 이뤄진다면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는 예상보다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SK그룹은 전통적으로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인사를 단행하는 만큼 다음달 2일께 인사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SK는 계열사별 인사 발표 진행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달 초 SK텔레콤 분할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핵심 관계사 인사를 진행했다. 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및 석유개발 사업 분사 SK머티리얼즈 분할 등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부 인사를 진행했다.

SK는 경영 화두인 ‘ESG 경영’에 발맞춰 계열사 이사회에 CEO의 평가와 보상 권한을 부여하는 ‘인사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직 대대적인 조직 개편의 분위기는 감지 되지 않고 있지만 평가 결과에 따라 CEO의 교체가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최태원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경영 화두인 ‘글로벌 스토리’를 가속화하기 위한 변화도 이번 인사를 통해 나타날 전망이다. ‘글로벌 스토리’는 글로벌 현지 이해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형’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개념이다. 더불어 최 회장이 북미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북미 총괄 자리 신설 여부도 이번에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선 지난달 말 취업제한이 풀린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복귀 여부와 업무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최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예상되는 계열사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이다.

현대차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중순께 정기 임원 인사를 소폭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연말 인사에서 장재훈 사장 등 자신이 신임하는 임원들을 대거 승진시킨 탓에 올해 인사 폭이 크지 않으리라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미수소(H₂)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이번달에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개발 역량 강화와 자원의 집중·효율화를 위해 사장급 리더를 조직 책임자로 임명하고 사업조직을 확대하는 조직 체계 개편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이번 인사에선 윤여철 현대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이 자리를 지킬지,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이 그룹 내 첫 외국인 부회장이 될 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더불어 송호성 기아 사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 이들에 대한 인사가 이번에 진행될 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재계 인사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맞아 성과주의를 기조로 한 파격 인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마다 세대교체, 뉴 비즈니스, 미래 사업, 기술 혁신, ESG 경영, 경영 위기 및 혁신 등 필요에 따라 인사가 현실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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