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日 도레이와 헝가리 합작법인 설립…1조원 투자, 생산체제 가동
SK IET, 1조3천억원 투자 폴란드 1공장 올해 완공…4분기 상업 가동 앞둬
SK·LG, 배터리 화재 막는 ‘분리막’ 시장서 각사 안정성 강조한 차별화 전략

SK와 LG가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SK IET 폴란드 LiBS 1공장 건설 현장 전경.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와 LG가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SK IET 폴란드 LiBS 1공장 건설 현장 전경.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SK와 LG가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챔피언’인 SK를 향해 ‘도전자’인 LG가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두 기업의 정면 승부는 북미시장 패권 다툼으로 뜨거웠던 전기차 배터리에 이어 분리막 시장까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면서 미래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LG화학이 일본 화학소재 기업 도레이와 손잡고 분리막 사업에 전격적으로 뛰어들면서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세계 1위의 분리막 생산 소재부문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 technology·이하 SK IET)와의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분리막 사업을 진행하던 SK에 더해 LG도 동유럽 등지에 분리막 공장 설치를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분리막은 전기차용으로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필수 소재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수급 안정성과 품질 안정성을 위해 검증된 분리막 제조사들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다.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과 성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필수 소재로 배터리 원가의 약 15~20%를 차지할 만큼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성장에 있어 핵심적인 부품이다.

분리막 시장은 배터리 시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들어 글로벌 업체 간 활발한 동맹이 이뤄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40억㎡였던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2025년 약 160억㎡ 규모로 급증하고 2023년부터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 전지 분리막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4조1000억원에서 2025년 약 11조원으로 연평균 28%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기차 최대 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 도레이(Toray)와 이차전지용 분리막 합작법인(JV·Joint Venture)을 설립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닛카쿠 아키히로 도레이 사장은 최근 화상으로 합작법인 ‘LG-헝가리 배터리 분리막 유한회사‘ 설립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 지분을 50%씩 보유하되 30개월 후에는 LG화학이 도레이 보유 지분 20%를 추가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 양 사는 LG화학의 초기 출자금을 포함해 총 1조원 이상을 단계적으로 투자한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접촉을 차단하면서 리튬이온만을 통과시켜 전류를 흐르게 해주는 미세 필름이다.

LG화학-도레이 합작법인 분리막 생산공장은 주요 고객사가 인접한 헝가리 북서부 도레이의 기존 공장 부지에 42만㎡ 규모로 건립해 고객 대응력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축구장 60개와 맞먹는 규모다. 더불어 2024년부터 생산하는 분리막을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등 유럽 배터리 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2028년까지 연간 8억m²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해 분리막 생산능력 기준 세계 ‘톱5’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분리막 사업 진출을 선언한 LG화학과 ‘도레이’는 경쟁사지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번 합작을 통해 급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유럽은 중국,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힌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올해 82GWh(기가와트시)에서 2026년 410GWh로 5배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전망이 밝다. 특히 분리막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헝가리는 물류, 교통망이 좋아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대거 자리 잡은 만큼 유럽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LG화학은 분리막 사업을 키우기 위해 지난 7월 LG전자의 분리막 코팅 사업을 5230억원에 인수하는 등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LG전자는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분리막 코팅공장에서 연 2억4000만㎡의 코팅재를 생산 중이다. 

LG화학은 뒤늦은 분리막 시장 진출의 패널티를 극복하기 위해 분리막의 핵심 소재인 원단 기술력을 빠르게 내재화해 글로벌 전기차 생산 거점인 유럽 시장 진출을 과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도레이는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기반으로 유럽 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참여했다.

LG화학은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해 안정성과 성능을 대폭 향상한 SRS(안전성 강화 분리막) 기술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분리막 코팅 관련 특허는 이미 확보한 상태로 원단 기술에 강점을 지닌 도레이와 합작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단 계획이다.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빠른 코팅 속도와 넓은 코팅 폭 기반의 원가 경쟁력도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한 SRS 기술은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으로 얇게 처리하는 기술로 양면 코딩 방식을 채용하고 있어 안정성이 높다”며 “원단 기술에 강점이 있는 도레이로부터 원단을 받아 SRS 기술을 적용해 분리막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LG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SK는 SK IET가 이미 글로벌 1위 분리막 업체(Tier1)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생산규모에서는 중국 창신신소재와 일본 아사히카세보다 다소 밀리지만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에서는 앞섰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 IET가 지난해 기준 글로벌 티어1(Tier1)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26.5% 점유율로 세계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이어 일본 아사히카세이(23.7%), 도레이(23.6%)가 바짝 뒤를 쫓는다. 티어1 분리막은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선두권 업체 전기차에 공급되는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을 일컫는다. ‘글로벌 습식 분리막 1위’인 SK IET가 생산하는 고순도 분리막은 외부 손상에 강하고 불량이 적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SK IET는 글로벌 톱 티어(top-tier) 자리를 확고히 할 계획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분리막 생산능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청주, 증평과 중국 창저우 생산시설을 보유한 가운데 최근에는 유럽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섰다.

지난 6월 기계적 준공을 마친 SK IET의 폴란드 제1공장은 지난 8월 테스트 가동에 들어가 4분기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연산 3억4000만m² 규모의 제2공장은 2023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전기차 30만대 이상 탑재 가능한 물량이다.

또 약 1조1300억원을 투자해 폴란드 실롱스크주에 유럽 3, 4번째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Lithium ion Battery Separators) 생산 공장(각 4.3억m²)은 지난 7월 착공에 들어갔다. SK IET는 지금껏 단행한 분리막 사업 투자 중 단일 공장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SK IET의 경쟁력은 배터리 안정성에 기반한 고순도 분리막이다. SK IET의 고순도 분리막은 외부 손상에 강하고 불량이 적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으며 화재 원인 중 하나로 분리막 손상이 언급되기도 했다. SK IET의 고순도 분리막은 분리막 원단에 적용된 세라믹 양면 코팅 방식은 분리막이 훼손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을 낮추고 열 안정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분리막을 쓴 배터리는 화재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되고 화재로부터 안전성이 검증된 분리막이란 소문이 나면서 SK IET의 분리막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고품질 분리막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안전한 분리막을 구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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