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준 공정인력 1810명, 연구·설계 1013명 부족 추산…배터리 업계, 인력 ‘부족’
취업연계 학과 설립, 인재 선점 효과 기대…취업 보장, 학비 지원, 시장 급성장 대응
LG에너지솔루션, 고려대·연세대와 MOU…졸업 즉시 취업, 등록금에 매월 장학금까지
삼성SDI, 포스텍과 PSBT 협약…2022~2031학년도까지 총 100명 이상 장학생 선발
SK온, UNIST와 함께 인재 모집 시작…‘e-SKB’ 석사과정 모집 공고, 다양한 혜택 제공

SK이노베이션이 지난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국내·외 유수 전지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전시회이자 세계 3대 전지산업전시회의 하나인 ‘인터배터리 2021’(InterBatery 2021)에 참가해 참관객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사진=최양수
SK이노베이션이 지난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국내·외 유수 전지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전시회이자 세계 3대 전지산업전시회의 하나인 ‘인터배터리 2021’(InterBatery 2021)에 참가해 참관객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사진=최양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배터리 업계에 인재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한국 배터리 산업) 드림팀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급 인재 직접 키우는 방향으로 장기 플랜을 마련 중이다. 이미 반도체에 이어 배터리 인재 육성을 위해 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 대학과 배터리 계약학과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학과는 교육 기간 등록금 전액과 매월 장학금 형태 수당을 제공한다. 졸업 후 해당 업체에 취업하는 조건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분야에서 도입했다. 

당시 반도체 기업들은 전문인력 양성의 방법으로 ‘반도체학과’를 설립했다. 시스템반도체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려고 기업과 대학이 의기투합해 새로운 인재 양성 모델을 만들어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에서 필요한 석·박사급 인력이 1000여명 이상 부족하다고 추산했다. 기본적으로 화학물질을 다루는 까다로운 분야인 데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이 뒷받침돼야 해 단기간 내 숙련된 인력을 여럿 배출하기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또 폐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원료 등 상대적으로 국내 기반이 약한 분야도 성장세가 큰 만큼 인력수급은 전방위에 걸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지산업협회장으로 있는 전영현 삼성SDI 사장을 비롯해 주요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는 그간 공식·비공식석상에서 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주길 요청했다. 

삼성SDI가 지난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국내·외 유수 전지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전시회이자 세계 3대 전지산업전시회의 하나인 ‘인터배터리 2021’(InterBatery 2021)에 참가해 참관객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사진=최양수
삼성SDI가 지난 6월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된 국내·외 유수 전지기업이 대거 참여하는 전시회이자 세계 3대 전지산업전시회의 하나인 ‘인터배터리 2021’(InterBatery 2021)에 참가해 참관객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펼쳤다. /사진=최양수

한국전지산업협회는 지난해 기준 부족한 인력은 연구·설계인력(석박사급)이 1013명, 공정인력(학사급)이 1810명 정도로 추산됐다. 정부는 지난 7월 범정부 차원의 배터리산업 지원대책을 내놓으면서 연간 1100명+α 수준으로 전문인력을 키워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의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2003년과 2010년 2차전지 산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인력양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당시에도 전체 종사자를 수천, 수만 명 수준으로 늘린다거나 전문인력을 10년간 1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정부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모양새가 됐다.

배터리 업계에서 인재 부족현상으로 인해 인재 빼가기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최근에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먼 이국까지 날아가 리크루팅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 단기적인 해결책인 장기적인 플랜으로 차세대 배터리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들이 잇따라 대학과 손잡고 따로 학위 과정을 만드는 것은 물론 아예 따로 교육기관을 만든 기업도 생겼다. 기업들은 직접 인재를 기르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대학에 ‘배터리학과’를 만들거나 전문 교육과정을 설치하고 있다. 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대학과 연계한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배터리 기업들이 ‘배터리학과’를 만드는 이유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미래 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시장의 성장에 따라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139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3254GWh로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상당해 ‘K-배터리’로 불릴 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커지는 산업 규모를 채울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왼쪽)과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최고 인사 책임자) 부사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정진택 고려대 총장(왼쪽)과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Chief Human Resource Office) 부사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와 손을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고려대는 지난 9일 오후 3시 고려대 본관과 LG에너지솔루션 본사, 대전기술연구원, 오창공장에서 원격으로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 신설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을 맺었다. 

2022학년도에 새롭게 생기는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는 학위 취득과 동시에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다. 석·박사 통합과정(10명)과 박사 과정(5명) 신입생을 모집한다.

모집 분야는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 기반 배터리 소재 및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배터리공학’ 분야와 스마트팩토리보안, 디지털트윈 및 공정해석 등을 연구하는 ‘스마트팩토리’ 분야이다. 

학생들에게는 배터리 전문가 및 스마트팩토리 전문가로 구성된 2인의 지도교수가 배정되어 배터리 도메인 영역과 스마트팩토리 영역의 전문역량을 동시에 갖출 수 있다.

고려대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 학생들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매월 장학금까지 지원받게 된다. 또 학위 과정 중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해 산업 현장과 연계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학위 취득 후에는 LG에너지솔루션에 취업이 보장된다.

지난달 19일 LG에너지솔루션이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Chief Human Resource Office) 부사장(왼쪽)과 연세대 명재민 공과대학장(오른쪽)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연세대학교 이차전지 융합 공학협동과정 계약 체결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달 19일 LG에너지솔루션이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Chief Human Resource Office) 부사장(왼쪽)과 연세대 명재민 공과대학장(오른쪽)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연세대학교 이차전지 융합 공학협동과정 계약 체결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9일 연세대와도 ‘이차전지 융합 공학협동과정’을 만들기로 MOU를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 본사와 대전 기술연구원, 연세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원격 화상회의로 협약식을 하고 2022학년도 전기 일반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석·박사 과정 및 석박사 통합 과정 신입생을 선발한다. 교수진은 화공생명공학과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들로 꾸려진다.

이차전지 융합 공학협동과정도 학위 취득과 동시에 취업이 되는 ‘계약학과’다. 학생들은 학비 전액과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학위 과정 중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또 학위 취득 후에는 LG에너지솔루션 취업이 보장된다.

장혁 삼성SDI 연구소장(부사장)(왼쪽)과 김무환 포스텍 총장(오른쪽)이 지난 3일 경기도 기흥 삼성SDI 본사에서 ‘포스텍-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PSBT·Postech Samsung SDI Battery Track)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장혁 삼성SDI 연구소장(부사장)(왼쪽)과 김무환 포스텍 총장(오른쪽)이 지난 3일 경기도 기흥 삼성SDI 본사에서 ‘포스텍-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PSBT·Postech Samsung SDI Battery Track)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삼성SDI

삼성SDI는 포스텍(POSTECH·포항공과대학교)에 배터리 소재, 셀, 시스템에 관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지난 3일 경기도 기흥 삼성SDI 본사에서 ‘포스텍-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PSBT·Postech Samsung SDI Battery Track)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삼성SDI와 포스텍은 지난 2016년 11월 개소한 포스텍-삼성SDI 이차전지연구센터 주도 아래 신소재공학과, 화학공학과, 화학과,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융합공학과, 전자전기공학과, 철강·에너지소재 대학원 등 6개 학과의 교수진 25명 이상이 참여해 배터리 소재·셀·시스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삼성SDI는 2022학년도부터 2031학년도까지 10년 동안 100명 이상의 ‘삼성SDI 장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석·박사 과정을 중심으로 선발된 학생은 배터리 관련 과정과 함께 창의적 리더십·전문리더 육성 과정을 이수한다. 삼성SDI 과제·실험에 투입되는 등 현장 중심 연구도 수행한다. 이들은 학위과정 등록금은 물론 별도 개인 장학금이 주어지며 학위 취득과 동시에 삼성SDI에 입사하게 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을 열고 회사 전략과 미래 비전 등을 알리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포럼을 열고 회사 전략과 미래 비전 등을 알리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온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함께 인재 모집을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e-SKB(education program for SK Battery)’를 설립, 지난달 21일까지 에너지화학공학과(배터리과학 및 기술) 진학이 가능한 인재를 대상으로 석사 과정 모집 공고를 냈다. 

이 전형의 입학생에게는 석사 2년간 등록금, 학연 장려금을 준다. 또 석사과정을 마친 뒤 SK온에 취업 특혜를 줄 예정이다. 연구 분야는 배터리 선행연구, 배터리셀 개발, 배터리 공정 개발, 배터리 시스템 개발 등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계약학과 설치는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 상황을 고려, 인재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업체들은 계약학과 추가 설치 포함 산·학 협력 관계를 지속 강화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배터리 인재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고 해외까지 나가 인재를 붙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부족한 인재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직접 인재를 육성해야 써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이지만 배터리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 구축을 위해 기업들이 여러 대학과 협업을 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CI. /캡처=최양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CI. /캡처=최양수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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