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우리가 1년 동안 쓰는 전체 에너지의 19%가 전기이고 나머지 81%는 화석에너지다. 주택, 건물, 자동차 그리고 산업체들이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직접 태워 에너지를 얻는다. 19%의 전기조차도 상당 부분 화석에너지로 만들어진다.

흔히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태양광 패널 좀 설치하고, 석탄발전소 몇 개 문 닫는 것을 탄소중립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기 중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쇄할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움으로써 이산화탄소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방안으로는 첫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숲을 조성하여 산소를 공급하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에너지인 태양열·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탄소배출권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돈으로 환산하여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삼림을 조성하는 등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데에 사용된다.

최근 윌리엄 맥우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 사무총장은 한국의 탈원전·탄소중립 동시 추진 방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원자력 에너지 없이 탄소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맥우드 사무총장은 OECD 회원국들의 원자력 정책과 국제협력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원자력기구의 책임자다. 그가 우리의 탈원전·탄소중립 동시 추진 정책을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맥우드 사무총장의 지적은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은 원자력 없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 이상 줄이겠다”고 선언한 이후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2030년이면 9년밖에 안 남았는데 목표 달성을 위해 동원한다는 기술은 전문가들도 “5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한다.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 프랑스, 영국이 원전을 탄소중립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는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 정부는 국내 과학·산업계와의 긴밀한 협의 없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고, 원자력 발전마저 최소화해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 정부는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탄소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하는데, 이를 수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가는 탄소중립계획까지 만들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2018년 대비 64배로 키워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원전에 의한 전기생산 비중을 현재 23%에서 7%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임기 말 행보가 걱정스럽다. 유럽에 비해 탄소감축 기술도, 재생에너지원도 부족한 마당에 원전 사용 없이 탄소중립 과속 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탄소중립 법안’을 제1야당과 제대로 논의도 안 한 채 힘으로 밀어붙였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위원회 위원장이 “2050년까지 7명의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초당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허사였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의 탄소중립이 ‘경제 포기’로 치닫고 있는 점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에 필요한 구체적 비용과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정부가 소요 비용을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천문학적인 숫자들을 거론한다. 2050년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핵심 수출산업 6개 분야에서만 199조원이 들고, 수입 수소를 액화·운송·저장하는 데만 66조원이 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은 한 나라의 경제와 산업구조를 바꿀 만큼 중차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의견 수렴은 사실상 배제됐다. 우리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독일이 WTO 규정을 위반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산업계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마다 상향 조정하도록 제도화했다. 정책이 후퇴하지 않도록 원칙을 못 박아 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다행히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반영해 유엔에서 매년 그 내용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두려 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발표한 40% 감축 목표의 구체적 이행 전략은 다음 정부에서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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