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신죠(デイリー新潮)가 보도한 고무로 씨와 마코 공주(小室圭さん、眞子さま)
데일리 신죠(デイリー新潮)가 보도한 고무로 씨와 마코 공주(小室圭さん、眞子さま)

[뉴스워치= 칼럼] 일본 아키히토(明仁 天皇) 상왕(上皇)의 둘째 아들, 아키시노미야 후미히토(秋篠宮文仁, あきしののみや ふみひと)의 장녀, 마코(眞子) 공주(30)의 결혼문제로 연일 일본이 시끄럽습니다. 마코 공주가 26일 혼인신고(婚姻届)를 마쳤음에도 일본국민들은 여전히 그녀의 결혼 상대를 흠집 내며 이 결혼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혼 한 달 전에 아에라돗(AREA dot, アエラドット)이 벌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93.3%가 두 사람의 결혼에 반대한다고 합니다.

마코 공주의 이름은 아키시노미야 마코(秋篠宮眞子)입니다. 이름이 길죠? 원래 일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분으로 왕과 그의 자녀들은 인간의 성(苗字, 姓)을 갖지 않습니다. 물론 호적도 없죠. 대신 대대로 왕들의 이름이 적힌 코토우후(皇統譜, こうとうふ)라는 것이 있죠. 이건 일본왕가가 진무왕(神武天皇, 76)부터 이어져 내려온 「만세일계(万世一系)」의 유일무이한 혈통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이런 왕실의 자녀들이 성을 갖게 되는 것은 결혼으로 출가하여 남편의 성을 갖는 경우입니다. 아들의 경우, 형제 중 한 사람이 왕으로 등극하면 나머지 남자 형제는 일반 성이 아닌 4개의 궁호(秋篠宮、常陸宮、三笠宮、高円宮) 중 하나를 왕으로부터 하사받습니다. 아키히토의 첫째아들, 나루히토(徳仁, なるひと)가 왕으로 취임하자 동생, 후미히토는 아키시노미야(秋篠宮)라는 궁호를 하사받은 겁니다. 이 궁호는 아들만 계승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왕도 남성이 계승해야 하니 다음 왕은 아들이 없는 나루히토 왕의 딸이 아닌 동생의 아들이 계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10월은 같은 자민당이지만 그래도 기시다 정권이 시작되었고 어제는 중의원 선거도 있었지만, 뉴스나 포털에는 선거기사가 아닌 마코 공주의 결혼에 관한 기사가 여전히 넘쳐납니다. 늘 왕실의 결혼은 국민의 관심사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마코 공주의 결혼만큼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혼인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일왕의 조카이기에 우리는 공주라고 표현하지만, 일본에서는 공주가 아닌 마코사마(眞子さま)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저도 편의상 공주라고 하겠습니다.

일본언론은 이 결혼을 가케오치콘(駆け落ち婚, かけおちこん)이라고도 합니다. 가케오치(駆け落ち)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부모나 주변 사람들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결혼을 강행하거나 사랑의 도피를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케오치콘(駆け落ち婚)이라는 말보다 가케오치라고 표현합니다.

가케오치는 ‘전속력으로 달리다’라는 의미의 동사, 가게루(駈ける, かける)와 ‘밑으로 떨어지다’, ‘자신의 장소에서 멀어지다.’, ‘마음이 쇠약해지다.’ 등을 의미하는 동사, 오치루(落ちる, おちる)라는 단어가 합해져 만들어진 말입니다. 원래의 가케오치(駆け落ち)는 중세 말에 전란, 빈곤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도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자로는 결핍의 결(欠)자를 사용하여 가케오치(欠け落ち)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결락(欠落)은 ‘호적에서 빠지다’, ‘집단에서 빠지다’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녀가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도망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는 의미인 거죠. 그런데 오치루(落ちる)라는 말에는 ‘∼에 빠지다’, ‘∼로 떨어지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가케오치(駆け落ち)는 그다지 좋은 결말로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코 공주가 가케오치콘(駆け落ち婚)을 강행할 만큼 사람들은 왜 이 결혼에 반대하는 걸까요? 마코 공주의 결혼이야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7년, 마코 공주는 대학 시절 만난 동갑내기, 고무로 게이(小室圭)와 약혼을 발표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왕족이 아닌 평범한 샐러리맨과의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국민은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고무로 씨의 어머니에 관한 금전 스캔들이 보도되면서 여론이 악화 일로를 걷죠. 그것도 돈을 빌린 상대가 자살한 남편의 지인으로 그 남성과 결혼을 약속하고 생활비와 아들 학비 약 4천만 엔을 지원받았는데 그 남성과 재혼도 하지 않고 돈도 갚지 않았다는 거죠. 거기에 고무로의 어머니가 사실혼 관계에 있으면서 유족연금을 부정 취득했다고 형사고발을 당하고, 그녀가 왕실을 팔아 신분 상승을 꿈꾼다는 등의 추측성 보도들이 난무하면서 고무로 모자는 그야말로 국민 밉상으로 등극합니다.

성실한 이미지의 고무로에 대한 악성루머까지 더해지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다녔던 학교, 직장까지 찾아가서 리포트를 하고, 결혼을 위해 고무로가 뉴욕에서 귀국할 때 하고 온 '꽁지머리'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의 머리 모양이 일본 왕실에 불경죄라도 저지른 듯한 보도가 이어졌지요. 그런 와중에 마코 공주의 결혼은 여러 차례 연기가 됩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결국 왕실의 어른들은 물론 부모님들조차 그녀의 결혼에 반대 의사를 밝힙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기 뜻을 굽히지 않죠. 아마 그녀의 이러한 강경한 태도가 국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일본국민과 여론은 일본 왕실에 매우 보수적 가치관을 요구합니다. 지금 상황의 부인인 미치코(美智子) 상왕 비도 평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실어증까지 걸릴 정도로 심한 시집살이를 견뎌야 했습니다.

지금의 왕비인 마사코(雅子)는 외교관 출신의 재원이었지만, 경력을 단절당하고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왕실의 안팎에서 모함과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에서는 <일본 황실에 갇힌 나비 마사코>라는 그녀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 출판되기도 했지요. 그러니 마코 공주의 결혼 강행은 일본 사회와 왕실에 반기를 드는 용납할 수 없는 일탈 행동이었던 거죠.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한 후 기자회견에서 마코 공주는 “결혼은 우리 마음을 소중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선택이었다”라고, 고무로는 “한 번뿐인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혼인으로 마코 공주는 이제 마코사마(眞子さま)에서 마코상(眞子さん)이 되었습니다. 저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고자 하는 마코 씨의 결혼을 응원하고 축하하며, 이 결혼을 계기로 일본 왕실에도 변화의 바람의 불기를 기대해봅니다.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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