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 쏠림 현상 뚜렷
서울 매매계약 930건 중 347건 6억원 이하 

서울 성동·광진·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광진·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도형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매물 수요가 쏠리고 있다.

전반적인 거래 위축 속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31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집계한 결과, 지난달 들어 28일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930건으로, 이 가운데 매매 가격 6억원 이하가 37.3%(347건)에 달했다.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매수 비중이 7~9월 20%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지난달에 올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 농협은행,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이어 대환대출도 중단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적용을 비롯한 가계대출 추가 규제를 내놓고 은행들도 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대출자들의 불안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불필요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줄여놓고, 향후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공통으로 조언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DSR 조기 적용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한 뒤 각 은행 창구에 대출 관련 방문·전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비교해 문의와 상담이 급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과 은행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미 연초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그동안 미리 신용대출 등을 받아놓는 가(假)수요, 선(先)수요 대출이 이미 대부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 신규 대출 등을 중단한 NH농협은행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000만원까지 대폭 축소한 데 이어 대출 상품의 대환(갈아타기) 판매도 중단했다. 

농협은행은 1일부터 12월31일까지 CCSC(신용평가모델) 심사 시스템을 통한 가계 대환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이 현재 취급 중인 가계대출 대환 상품은 사실상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전부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담보대출을 모두 중단했다가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에서 제외한 전세대출만 지난달 18일 재개한 상태다.

농협은행이 대환대출마저 중단한 이유는 고강도 관리에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달말 기준 7.29%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6%대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1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5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축소한다. 두 상품을 합산해도 한도가 2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 서울 아파트 매매 930건 중 6억원 이하가 347건 달해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거래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지난달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건수는 변동이 있겠지만 매매 비중 추이가 바뀌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마지막 주에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비중은 40% 가까운 수준을 유지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 방침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중은행에서 본격적으로 대출을 축소·중단하거나 대출 금리를 인상하자 6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서민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의 주택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신혼부부는 8500만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약정 만기 최장 40년 동안 2∼3%대 고정금리로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부터 총대출액 2억원을 넘는 대출자에 대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서민금융상품은 DSR 산정 시 총대출액 계산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를 피해간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매수 집중 현상이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의 주택 취득세를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높이기로 했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주택은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본 취득세율 1.1%(농어촌특별세 및 지방교육세 포함)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저가 주택을 겨냥한 다주택자와 법인 중심의 투기가 확산하는 세금 규제 풍선효과가 나타났는데 여기에 더해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까지 맞물리면서 매수 쏠림 현상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보인다.

김도형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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