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한 건설사 부회장이 최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은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해당 건설사는 "전문 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함으로써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인사"라고 설명한다.

내년 1월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 골자다. 

법조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에 처벌 1호 대상이 되면 징역형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대표이사 자리에 ‘바지사장’을 앉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공공연히 회자되는 요즘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사고가 많은 건설사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관리비 선지급, 작업중지권 보장, 안전관리 조직 신설 등 다양한 안전관리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중대재해가 소규모 공사장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현장의 타워크레인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만 타워크레인으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당국은 올해 연말까지 전국 100대 건설업체 시공현장에 대한 불시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이달 현재까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상승 작업 중 사망한 현장 근로자는 2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망자는 지난 2015년 1명에서 2016년 5명, 2017년 10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2018년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2019년 1명, 2020년 3명으로 다시 늘었고, 올해만 벌써 5명(4건)이 변을 당했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건설산업의 이면에는 슬픈 현실이 숨어 있다. 전체 산업현장의 사고사망자 중 절반을 건설업이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건설정책이 개발성장 위주로 추진되었고, 안전사고에 대한 건설 관계자의 인식이 부족하며 건설현장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러자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거나 싼 자재나 인력을 사용해 비용을 아낄 수밖에 없다. 저비용은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 상황에 따라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으로 행해지는 공사비 후려치기는 근로자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이다.  

점검과 처벌을 앞세운 정책으론 상황이 제각각인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제도나 노력이 없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건설현장의 관행화된 안전 불감증을 먼저 꼽을 수 있다. 

건설현장 추락사고 원인으로 작업자의 부주의가 70.4%, 작업환경 불량 23.4%, 안전장구 불량 등 기타가 6.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신경 쓰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사고임을 말해주는 수치들이다.

건설업은 업의 특성상 외부에서 위험한 공종의 작업이 많이 이뤄진다. 그러기에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관리자 교육을 강화하고 안전시공을 위한 시설 투자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때 발주처나 시공사 관계자를 엄벌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닐 것이다. 안전사고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미비한 제도 보완과 철저한 안전점검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안전사고를 부르는 0.1%의 실수마저 없애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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