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이번 정부는 고용통계 발표 때마다 “고용이 늘었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9월 고용동향 통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 정부는 1년 전보다 취업자가 67만1000명이나 늘어 2014년 3월 이후 최대 증가라고 밝히지만 세금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 고용 통계와 관련해 “취업자 수가 코로나 충격 발생 이전 고점 대비 99.8%”라며 자화자찬하고 '뚜렷한 고용 회복세'라고 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전체적으론 취업자가 늘었지만, 지난달 도소매업 취업자 수는 대폭 감소해 산업별로는 가장 많은 일자리가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도 3만7000명이나 줄었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 일자리가 여전히 혹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특히 60세 이상이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재정에 의한 급조된 일자리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전히 민간 일자리의 부진을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 일자리가 채우는 상황인 것이다.

엉터리 일자리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세금을 삼키고 있다. 5년간 일자리 예산 120조원을 투입했으나 금방 없어질 단기 공공알바 일자리 450만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낳은 고용 참사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바닥나자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조원을 투입해 기금을 충전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고용 정책 실패는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등 일련의 정책으로 100만 소상공인이 줄폐업하면서 일자리가 수십만 개 사라지고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 고용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65%가 구직 실패에 지쳐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숫자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다를 게 없다. 역대 정부치고 숫자관리에 목매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현 정부에선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운다. 현 정부 출범 초 소득불평등이 심해진 통계가 나오자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인사를 통계청장에 앉혔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정부가 집값 통계로 쓰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오류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 정부 4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고작 17% 올랐다던 부동산원은 지난 7월 표본을 두 배로 늘렸더니 서울 평균 아파트값이 11억930만원으로 한 달 만에 1억8000만원, 19.5%나 급등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집값 폭등 원인인 공급 실패를 덮을 생각에 지난 7월 대국민 담화문에서 올 서울 주택 입주물량이 과거 10년의 평균 수준이라는 통계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통계청의 통계를 통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통계임이 드러났다. 핵심인 아파트 외에 단독·다세대 등까지 포함시킨 ‘주택’으로 넓혀 공급 수치를 부풀린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가 통계청이 발표하기 전에 자료를 미리 보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한다. 2017년 66건이던 것이 지난해 204건으로 급증했고, 올해 9월까지도 149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틀에 1건 넘는 꼴로 청와대가 발표 자료를 먼저 본 것이다. 통계청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내용을 미리 보고 순화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기업에 있어 회계 분식은 중대 범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분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책 효과를 왜곡해 국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 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 2011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2018년 소득주도 성장 성적표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정부는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통계청장은 물러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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