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 확대,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국제선 운항 재개…수익성 개선 기대
연말 앞두고 항공 화물 운임 요금 상승으로 올해 연간 흑자 달성 전망, 기대감 상승
항공유 1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라, 환율 상승, 금리 인상…항공사 수익성 악영향
글로벌 항공 여객 수, 2019년 기준 2022년 88%·2023년 105% 수준 회복 전망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위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위로 비행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여파로 인해 불황을 겪고 있는 최근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말을 앞두고 항공 화물 운임이 치솟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s)들이 올해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이판·싱가포르와의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체결,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 체계 전환 예정 등으로 국제선 운항 재개가 기지개를 켜고 있어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 그리고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까지 맞으며 항공사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수익성 개선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18일 홍콩에서 발표하는 항공 화물 운송 지수 TAC 인덱스(항공운임지수 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홍콩~북미 노선 화물 운임은 1㎏ 당 9.9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7.6% 오른 수준이다.

통상 연말을 앞둔 4분기는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이 껴있어 물류 업계의 대목으로 꼽힌다. 이미 업계에서는 “항공 화물 시장은 리드타임(운송 소요 기간)이 짧기 때문에 통상 대목이 몰려 있는 4분기에 물동량이 늘어 운임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올해는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반응을 밝혔다.

또 해운 물류 대란을 피해 항공 시장으로 넘어온 화물까지 맞물리면서 연말까지 항공 운임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을 앞둔 수입 화물 증가가 맞물리면서 컨테이너선 입항과 화물 하역 작업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시황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8일 기준 4647.60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항공업계는 작년보다 올해 항공 화물 사업에서 더 큰 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운임이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데 이어 화물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화물 호조에 힘입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더해 연말부터 여객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개선 효과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항공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8월 사이판에 이어 다음 달부터 싱가포르와 트래블 버블 제도를 시행한다. 백신접종 완료자는 격리 없이 두 곳을 여행할 수 있다.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이 전날 0시 기준으로 64.6%(5134만9116명 중 3316만6098명)까지 오르면서 연말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11월 하와이, 아시아나항공은 12월 괌 노선 운항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도 연내 운항 재개를 목표로 중국, 태국, 방콕 노선 재운항 허가를 국토부에 신청했다.

다음 달 국내 방역 체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 여행 심리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의 사이판 노선 예약 고객은 1000여명을 넘었다.

다만 글로벌 항공 여객 수는 내년에도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에 따르면 2019년 여객 수 대비 2022년에는 88%, 2023년에는 10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 요인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ATA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제 통합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4.56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111.2% 상승했다. 1주 전보다는 5.8%, 한 달 전과 비교하면 17.5% 각각 높아졌다.

유가에 따라 적용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0원이었지만 올해 4월부터 거리 비례별로 3600~2만400원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3단계가 적용돼 편도 기준 거리 비례별로 4800~3만6000원이 부과되고 있다.

지난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정비 부담을 덜었던 항공사들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항공유 가격에 부담도 커졌다.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항공권 총액도 인상되면서 여객 수요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영업비용에서 연료비 비중이 큰 항공사들의 영업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달러(약 339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진에어는 76억원, 티웨이항공은 69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료비가 오르면 항공권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만 치열해진 국내선 시장에서 항공사들이 현실적으로 항공권 가격을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유가 상승을 대비해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는 마련해 놓았지만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저유가일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헷지’와 유가 선도계약을 통해 유가 변동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올해 1월 1082.1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에는 장중 1200원을 넘기도 했다. 이달 15일 1182.4원으로 다소 진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항공기 리스비와 유가 등을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들은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경우 영업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56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재무제표상 현금흐름 측면에서도 19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환율이 5% 상승하면 185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 인상도 항공사에 부담이 된다. 평균 금리가 1%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약 57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345억원 추가 이자 비용이 각각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내년에 항공, 여행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며 “반면 수익 개선 효과를 상쇄할 만한 악재가 많기 때문에 실제 수익성 개선은 더디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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