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카드를 앞세워 건설업 불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한때 저가수주로 '제 살 깎기'식 출혈경쟁을 펼쳤던 건설업계가 손을 맞잡으면서 위기 탈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컨소시엄은 '동반자 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건설업계에선 두 개 이상의 건설사가 협력해 시공을 맡는 방식을 뜻한다.

컨소시엄 아파트는 각 건설사의 장점과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주로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때 활용되는 방식인 만큼 ‘랜드마크’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최근 대형건설사 A업체와 B업체 컨소시엄이 서울 성동구 K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권을 획득했다. 리모델링 사업 최초로 국내 시공능력평가 ‘빅2’ 건설사가 협력한 랜드마크 단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두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을 공동으로 수주한 사례는 있으나 리모델링 사업에서 손을 맞잡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처럼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공사를 수주할 때뿐만 아니라 국내 건설사업에서도 경쟁보다는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건설 공사 규모도 커지는 등 건설 환경이 급변하면서 건설사들도 새로운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컨소시엄 시공이 일단 미분양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부동산 침체기였던 2010년대 초반에 컨소시엄 바람이 일기도 했다. 당시 단지 규모가 1000가구만 넘어도 컨소시엄을 꾸려 수주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를 띠고 도시정비사업이 활성화되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 때 건설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을 할 경우 건설사 간 경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경우가 늘었다. 

건설사가 개별적으로 입찰하면 사업 수주를 위해 앞다퉈 더 좋은 조건을 내놓는 반면에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하면 경쟁 효과가 떨어져 조합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조합들이 건설사 컨소시엄에 난색을 표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하자보수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러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만큼 하자 발생 때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해 피해가 입주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사업장에서 조합이 입찰 공고를 내면서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넣는 사례도 증가했다. 

사업성이 높아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강남 압구정, 서초 반포, 용산 등에선 아예 단독시공을 조건으로 내걸어 컨소시엄 구성을 차단했다. 

지난해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해 초대형 사업으로 꼽혔던 한남3구역의 경우 5816가구의 대단지에 공사 난이도가 높아 건설사들의 컨소시엄 가능성을 예상했지만 조합원들의 반발로 현대건설이 단독수주했다.

시공사 간 과열 경쟁으로 이슈가 됐던 서초구 반포3주구도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대우건설과 동부건설이 함께 참여한 노원구 상계2구역뿐이다.

재건축 예정 단지의 한 조합원은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꾸려 공사를 하면 차후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건설사끼리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시공 컨소시엄 건설사들이 책임준공은 물론 향후 발생할 하자까지 완벽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건설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을 나쁘게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나름대로 책임감 있는 시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서울 재건축 단지에 입찰한 모 건설사 컨소시엄은 공동도급에 대한 조합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금 다른 사업 방식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 건설사 한 곳에서 모든 공사를 지휘하고 준공 이후 발생한 하자도 3사 통합 AS센터를 통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컨소시엄으로 시공계약을 따낸 뒤에도 조합원들이 단지명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브랜드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건설사업도 이제 건설사 간 협력에서 나아가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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