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살인까지 가는 극단적인 행동을 부를 정도로 이즈음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심각하다. 특히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많이 늘었다는 보도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지난달 말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전남 여수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곳에 거주하는 A씨가 위층 주민과 층간소음 갈등을 빚다가 이날 밤 흉기를 휘둘러 여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올해 들어 층간소음 갈등으로 이웃집 현관문을 부수거나 이웃을 폭행한 경우, 이웃의 차량을 훼손하고 항의하는 이웃에게 흉기를 던져 처벌된 사례, 층간소음을 신고한 이웃에게 살해 협박 편지를 보내는 등 다양한 층간소음 문제들이 언론에 보도되며 사회의 핵심 갈등으로 떠올랐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인천의 한 빌라에서는 50대 남성이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아랫집 주민에게 흉기를 던져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경기 의정부시 한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40대 남성이 삼단봉을 들고 윗집에 찾아가 항의하다 경찰이 출동했고, 경남 통영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갈등을 빚던 한 주민이 손도끼를 휘두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통계를 볼 때도 코로나19 이후 층간소음 갈등이 크게 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 상담 신청은 4만2250건으로 전년 2만6257건보다 60.9%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 층간소음 관련 상담 신청은 3만2077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화 중재가 증가하고 있지만 주민 간 조정은 쉽지 않다고 한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층간소음 문제로 총 14만6000여 건의 전화 상담이 이뤄졌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해 현장진단을 요청한 건수는 4만5000여 건이고, 이 역시 만족하지 못해 소음을 직접 측정한 것은 1654건이었다. 

문제는 요청건수 중에 실제로 층간소음 측정기준을 초과한 비율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선지 층간소음 규정과 현실이 맞지 않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한 국회의원의 주장처럼 층간소음 측정기준을 입주민들의 체감도에 맞게 현실성 있게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층간소음 갈등이 증가한 것은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등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라면 한번쯤 피해를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건축 구조의 원인이 크다. 2014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층간 두께와 바닥 충격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2019년 감사원에서 발표한 감사내용을 보면 개선된 내용이 없다. LH와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와 민간 건설사에서 시공한 6개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전체 96%에 달하는 184가구가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하락했다.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아예 최소 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건설사의 시공 절차는 부실했다. 대상 아파트 중 88%가 시방서와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됐다. 성능 인정을 받은 바닥구조재라 하더라도 견본 세대에서 소음 성능을 재확인한 후 본 시공에 착수해야 했지만, 절반 이상의 현장에서 시공상 편의를 이유로 이런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속임 시공을 했다는 말이 된다. 수익 창출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건설사의 과욕이 층간소음을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들을 야기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위층의 바닥임과 동시에 아래층의 천정이 되는 콘크리트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층간소음 발생 시 우선 사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지 말고 관리사무소나 국가 또는 지자체의 소음정보센터 등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전문가는 공동주택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민원을 접수하고 원인을 규명하는 자체적 ‘조정기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정기구는 민원이 들어왔을 때 적극적으로 갈등에 개입해 입주자 책임이 파악되면 다수가 동의하는 처벌 수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건설업계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해 내년 7월부터는 주택이 완공된 이후 바닥충격음을 측정해 소음 차단 효과를 확인하는 ‘사후확인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사후에 평가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건설사는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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