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ESG 경영 시대다. 기업들은 저마다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닌 '착한 기업'임을 내세운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분위기가 됐다. ESG는 이제 기업의 생존 화두가 됐다.

이 와중에 건설업계의 고민은 여느 산업보다 깊다. '건설'이라는 용어 자체에 환경 훼손, 자연 파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도 부담이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고자 건설사들은 ESG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을 암송해 본다. 

우리에게는 각자 정해진 이름이 있다. 때로는 이름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믿었기에 부모들은 자식이 태어나면 작명에 엄청난 공을 들이기도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물건이나 회사, 건물, 작품, 지형, 사건, 심지어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도 작명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회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을 알린 기업들이 있다.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새롭게 태어났다. 선경건설에서 SK건설로 이름을 바꾼 지 23년 만에 '새 간판'을 달게 된 것이다.

회사명 변경은 최근 진행 중인 사업구조 개편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SK건설은 올해 초 ESG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SK에코플랜트로 새롭게 태어나며 친환경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처리 및 수처리 업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방향도 틀었다. 환경사업뿐만 아니라 주택·인프라·엔지니어링·에너지 등 사업 부문마다 '에코'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이런 변신에는 건설업의 고민과 희망이 녹아 있다. 

국내 1위 시멘트 업체인 쌍용양회는 지난 3월 신규 사명 선포식을 열었다. 새 이름은 기존 사명에서 '쌍용'을 유지해 정체성을 지키고, '시멘트와 환경'의 이니셜인 C&E를 더했다.

1962년부터 시멘트사업에 주력해온 쌍용C&E는 이번 사명 변경을 계기로 '종합환경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또 2025년까지 환경사업의 비중을 전체 이익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신사업 분야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건설·건자재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성장이 제한적인 만큼, 기업들의 신사업 확대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회사명 변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건설이라든지 토목은 이제 어느 정도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에, 회사명 변경을 통해서 전체적인 사업영역들을 단순한 업무영역에서 다변화하고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사업에서 벗어나 신규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기업들도 회사명 변경 못지않게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설경기 위축과 정부 규제, 해외수주 저조 등 삼중고(三重苦) 속에서 주력사업인 토목·건축에서 벗어나 미래 먹거리인 신규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몸부림은 활기차다. 

GS건설은 최근 에너지 관련 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올해 초 전기차에 쓰이는 2차 전지를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신세계건설은 정관을 변경해 사업목적에 에너지진단 사업을 추가했다. 에너지진단은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사업을 말한다. 그동안 그룹 일감을 많이 맡았지만, 그룹 핵심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다른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한양, 보성산업이 속한 보성그룹은 LNG 허브 터미널 등을 설치하는 에너지 부문 지역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대림그룹은 올해 초 1월 지주사 체제로 출범하기에 앞서 그룹 명칭을 DL(디엘)로 변경했다. 대림산업 건설사업부는 DL이앤씨로 분할됐다. DL그룹은 건설과 석유화학, 에너지 등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서 각 분야별로 디벨로퍼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이름에서 미래 비전을 읽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름은 불러 주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듯이 이젠 회사명이 어떻게 불리는지도 중요한 세상이 됐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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