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글로벌 반도체 부족사태 관련 3차 회의 개최…삼성·TSMC·인텔·애플 등 참석
45일 이내 관련 재고·주문 데이터 정보 제출 요구…기업 영업비밀 노출·시장혼란 우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 불응 시에 모든 옵션 검토…‘국방물자법’ 카드 만지작
삼성전자·하이닉스 사태 예의주시…반도체기업 전방위 압박, 과도한 정부 개입 난감

미국 정부가 반도체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이 담긴 내부정보 제공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 정부가 반도체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이 담긴 내부정보 제공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보다 더한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수출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나은 미국 재건’ 정책을 통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을 강조하며 자국 산업 육성과 일자리 확충에 치중하는 신보호무역주의를 선보여 한국 기업들의 대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기업의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자국 투자에 이어 기업 정보 공개까지 요구하고 나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계의 부담이 한층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 주관으로 반도체업계와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는 전세계적인 반도체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 사태 대응을 위해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화상 회의를 소집했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반도체와 관련해 백악관이 소집한 세 번째 회의로 진행됐으며 삼성전자는 4월과 5월에도 회의에 참석했으며 이번 회의에는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또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TSMC, 인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다임러, BMW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미국 정부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관한 민감한 내부 정보의 제출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통보 일시는 지난 24일, 제출 기한은 향후 45일 이내다. 

45일 이내에 반도체 주문과 판매·재고 등 공급망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러만도 장관은 기업이 정보 공개에 협조하지 않으면 국방물자생산법(DPA) 등 ‘모든 옵션과 도구’를 검토해 제재할 가능성까지 언급해 기업들은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야 할지 난감한 처지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국방물자생산법은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민간 기업의 핵심 물자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 경우 기업에 정보 공개를 강제할 수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백신 제조 등에도 사용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삼성전자 측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당장 반도체 업계에서는 내부 정보 유출 우려와 함께 미국 정부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가 요구한 자료는 영업기밀로 기업들이 재무제표에도 기록하지 않는 내용이어서 글로벌 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미국 조치의 시발점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인 만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은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반도체가 주력이므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보 공개로 인해 수요자들에게 재고 정보가 더욱 많이 전해지면서 공급 업체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제2공장의 부지 선정을 앞두고 텍사스주를 비롯해 뉴욕·애리조나주 등 주정부 관계자들과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또 인텔 등이 미국 정부의 요구에 화답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선언하며 삼성도 동참해야 하는 부담이 조성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 정보 공개 요구까지 불거지며 부담이 가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미중 간 글로벌 패권 다툼에 따라 중국의 견제도 불가피해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기업들은 곤혹스러운 처지다.

미국 정부는 기업이 정보를 제공할지 여부를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비밀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미국 업체들이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한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약 정보가 넘어갈 경우 반도체시장 곳곳에서 미국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위협을 받게 된다.

현재의 과정은 1980년대 미국이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을 압박해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하면서 일본 반도체 업계가 서서히 무너진 것과 유사하다. 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핑계 삼아 미국이 반도체 업체들의 정보를 쥐려는 것도 자국이기주의를 토대로 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 기업이나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입장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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