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잔액 1년만 161.8조→168.8조…4.31% 급증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가계대출 관리 고삐 조여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문을 걸어잠그고 있어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융통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하는 가정이 몰리는 10월엔 통상 가계대출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대출 절벽’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 8월까지 은행대출 57조5000억 중 주택담보대출이 73% 차지

올해 유독 빠른 속도로 가계대출 규모가 늘다 보니 은행들이 계획했던 대출 한도도 거의 소진되고 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단연 주택시장이 주도했다. 올해 8월까지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7조5000억원 중 42조3000억원은 주택담보대출로 집계됐다. 전체 대출의 73%에 달한다. 집값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상승한 전셋값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주택담보대출은 거래량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면서 "기타대출은 자산매입과 생활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내달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실수요자 위주 대출이라 규제를 피해갔던 전세자금대출까지 옥죄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고강도 대출규제가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의 1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403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올해만 29조2496억원이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3%가량 증가했다.  

◆ 국민은행  전세자금대출 한도 대폭 축소 예정...타 은행으로 풍선효과 우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 이례적으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할 예정이다.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68조8297조원으로 지난해 말(161조8557억원)보다 4.31% 불었다. 아직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5∼6%)를 넘지는 않았지만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 말 2.58%에 불과했다. 하지만 8월 말 3.62%로 한 달 만에 1%포인트 이상 뛰더니, 불과 약 보름 사이 0.53%포인트 또 올라 이달 17일 4.15%에 이르렀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다시 0.16%포인트 높아져 23일 4.31%로 집계됐다. 연휴 기간을 빼면 17일 이후 사실상 영업일은 23일 단 하루뿐이었기 때문에 KB국민은행도 최근 증가 속도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너무 빨리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불기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이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른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131조 482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9% 증가했다. 이에 하나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 일부 대출 상품의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 금융당국, 연간 5% 이내 증가세 주문...은행권 대출 증가율 '고민'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세를 연간 5% 수준 이내로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남은 3개월간 주요 5대 은행이 가계에 대출해줄 수 있는 여력이 4조원밖에 안 된다는 얘기가 된다.  

비단 주요 은행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체 은행권으로 봐도 올해 8월까지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57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988조8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간 목표치인 5%(49조5000억원)를 이미 뛰어넘었다. 

가계가 2금융권으로 몰려가 받은 대출도 상당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하자 자연스럽게 2금융권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8월까지 가계가 보험사와 저축은행, 여신전문회사 등에서 빌린 대출 규모는 15조8000억원 규모다. 2019년 같은 기간 3조2000억원, 2020년 4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혼과 이사철 등이 겹치면서 10월 대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 기조에 맞춰 대출 증가율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크다”며, “은행들이 하나둘씩 대출 한도를 축소할수록 남아 있는 다른 은행들로 급격한 쏠림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다른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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