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현 정부는 고용통계 발표 때마다 “고용이 늘었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통계 분식(粉飾)에만 치중할 뿐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매달 고용통계가 나올 때마다 20대 ‘구직 단념자’가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현 정부 4년간 일자리 관련 예산을 80조원 쏟아부었지만 청년일자리는 10만개나 사라졌다. ‘관제일자리’를 늘려 고용양극화만 초래한 일자리정부의 민낯이다.

숫자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다를 게 없다. 역대 정부치고 숫자관리에 목매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이야 사업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해 목표를 세운 후 생사를 걸고 덤벼들지만, 공무원들은 보여주기식 숫자에 능한 까닭에 목표를 제시할 때부터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걸 스스로 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20만~40만명 대를 유지한 것도 정부가 대거 만든 세금 알바 덕분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세금 알바였다. 일시휴직자도 취업자 통계에 포함시켰다. 이 가짜 숫자를 내놓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른바 일자리 분식(粉飾)이다.

정부의 고용정책 실패는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등 일련의 정책으로 100만 소상공인이 줄도산하면서 일자리가 수십만 개 사라지고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 고용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엉터리 일자리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국민 세금을 삼키고 있다. 5년간 일자리 예산 12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금방 없어질 단기 공공 알바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낳은 고용 참사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바닥나자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조원을 투입해 기금을 충전하겠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상황으로 일자리 창출이 긴급하다는 명분으로 책정된 1차 추경의 고용대책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추경 편성 넉 달이 지난 7월 말 현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긴급 고용대책 예산’ 실집행률은 40.7%에 불과했다. 예산 투입이 시작조차 되지 않은 사업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월 말 국회가 통과시킨 1차 추경 중 2조8000억 원의 긴급 고용대책 예산은 대부분이 고용부에 배정됐다. 고용부는 당시 추경 신속 집행 의지를 별도로 밝히기까지 했지만 사업 진척은 더디기만 하다. 중소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직무를 체험하는 사업의 실집행률은 3%대에 불과했고, 청년과 중장년 여성에게 코딩 온라인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예산 집행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고용대책에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프로그램이 많고, 젊은층에 인기 있는 일자리는 적어 취업 희망자의 수요와 엇갈린다는 점이다. 청년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청년들이 오지 않아 많은 부처가 모집 공고를 연장하거나 대상 범위를 넓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7명은 향후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청년들은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29세 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2.9%는 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9.5%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일자리 정책 방향은 노동시장유연화가 22.4%로 가장 많이 꼽혔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청년들의 부정적인 일자리 인식은 청년 구직 단념자 양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개혁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수차례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정답을 이미 제시했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면 기업들은 알아서 채용문을 활짝 연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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