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말한 후 식사를 시작하는 장면을 자주 보실 겁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의미를 지닌 이 말은 일본인들은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도, 혼자 식사할 때도, 하물며 식당에서 식사할 때도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하며 자주 사용합니다. 커피숍 같은 데서 차를 마실 때는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하지는 않는데, 누군가가 차를 대접해 줄 때는 역시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하지요.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는 동사, ‘이타다쿠(いただく)’의 마스형(ます型)으로 ‘이타다쿠(いただく)’는 받는다는 의미의 ‘모라우(もらう)’와 먹는다는 의미의 ‘타베루(食べる)’의 겸양어입니다. ‘이타다쿠(いただく)’는 한자 정수리 정(頂)자를 쓰는데, 정(頂)은 산꼭대기, 이마, 머리 위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한자를 왜 잘 먹겠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걸까요?

일본인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신불(神仏)에 공물(お供え, おそなえ, 오소나에)을 받치거나, 높은 분에게 뭔가를 하사받을 때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머리를 조아리고 두 손을 받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오늘날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을 때나, 간혹 일본인들이 서로 명함을 주고받을 때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할 때 두 손을 모으는 행위는 불교의 합장(合掌)에서 유래한 것으로 합장은 단순히 손바닥을 하나로 모으는 행위가 아닌 〈너와 나〉, 〈무와 유〉처럼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하나로 묶는 일심(一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하는 겁니다. 식사에 뭐 그렇게 거창한 의미가 필요할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해야 한다면 누군가에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식사 준비를 해준 사람? 아니면 식사비를 내준 사람? 그런데, 일본인은 혼자 해 먹을 때도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라고 합니다. 그럼 고생한 나에게 감사하는 걸까요? 그런 건 아닙니다.

‘이타다쿠(いただく)’는 정확하게 말하는 「생명을 하사받는다(命をいただく)」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들, 기름도 간장도 채소도 곡식도 생선도 우유도 치즈도 고기도 원래는 생명이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건 흔히 생명체로 분류되는 것 이외에도 물이나 소금도 넓은 의미에서는 생명 있는 존재들로 간주합니다.

불교에서는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곤충이든 모든 생명체의 무게는 같습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라지만 결국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빼앗아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먹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먹히는 쪽은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빼앗아 사는 건 인간만이 아닙니다. 인간처럼 필요 이상으로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빼앗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명 있는 것을 먹으면서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거죠.

불교에서는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살생(殺生, せっしょう)’이라고 합니다. 식사하기 전에 희생된 생명의 무게를 생각하며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생명을)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식사 외에도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는 타인이 나에게 베풀어준 친절에 감사(感謝)함과 그 고마운 마음(お礼の気持ち)을 표할 때도 사용합니다. 높은 분이 나에게 뭔가를 주셨을 때, “선물을 주셨습니다(プレゼントを頂きます, 프레젠토오 이타다키마시다)”, “전화를 받았습니다(電話を頂きました, 덴와오 이타다키마시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좀 더 어려운 표현으로는 “이번에 **을 하게 된 ○○입니다”라고 할 때도 “콘카이 **오 사세테이타다키마스 ○○데스, 今回**をさせていただきます、○○です”라고 합니다. 굳이 ‘이타다쿠(いただく)’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누군가가 이런 역할을 내게 맡겨주시어 감사하다는 겸양의 표현인 거죠. 이처럼 ‘이타다쿠(いただく)’는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를 베풀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의 표현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 누군가는 가족·친지, 연인, 친구를 만났을 테고 또 누군가는 혼자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식사를 책임지고,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 그리고 내가 나로 살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들이 베풀어준 은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추석 연휴가 돼서 좋았습니다.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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