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등 SPC그룹 가맹점에 빵과 재료 운송을 거부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 탄압을 중지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리바게뜨 등 SPC그룹 가맹점에 빵과 재료 운송을 거부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16일 오전 광주 광산구 호남샤니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 탄압을 중지하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주들이 고객들에게 빵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가 15일째 이어 지면서다.

이번 사건은 노조 간 갈등과 이권다툼이 발단이 됐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과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 간 배송 코스에 대한 갈등이 불거진 이후 대화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9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은 지난 2일 SPC그룹 호남샤니 광주공장 화물노동자들이 증차를 요구하면서 발발해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번진 것이다.

이후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전국 10개 SPC그룹 물류센터에서 운송을 거부하는 파업에 돌입한 것.

파리바게뜨 공장에서 완제품 형태로 만든 빵 내지는 생지 등 빵을 만드는 재료를 배송하는 700여대 차량 가운데 30%인 200여대의 차주가 파업에 동참한 것. 다른 운송차량도 노조원들의 진입 방해로 제시간에 출차하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가맹점주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다. 서울 등 수도권 파리바게뜨 매장들의 수급은 그나마 원활한 편이나 대구‧경북을 비롯해 광주‧전남 일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빵과 케이크 제품 생산을 위한 재료를 공급받지 못하면서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SPC GFS 대구물류센터 기준에서 보면 평소 하루에 260~270개 매장에 2회에 걸쳐 배송이 진행되는 데 어제 오후 6시까지 한 차례도 배송을 받지 못한 매장도 있다고 한다.

파리바게뜨 대구 공장에서 생산한 케이크류 등도 일부 수도권 물류센터와 매장으로 공급받지 못한 상태다.

케이크처럼 대구 등 서울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생산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출하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는 지난 2일부터 현재까지 파업에 따른 손해가 약 4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이 SPC본사 측의 추산이다. 점주들이 직접 배송 차량을 임대하는 데 들어간 실비용이다. 영업 차질에 따른 손실까지 더하면 손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SPC 본사 측 역시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어 마냥 지켜본 채 노심초사하는 처지다.

점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당장 이번 주말부터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대목을 앞둔 상황이라 판매에 차질이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고객과의 신뢰다. 제과점이 신선한 빵을 수일 째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서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파리바게뜨 점주협의회는 이번 물류 파업을 두고 민주노총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중희 파리바게뜨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전국 화물연대는 광주센터 배송파업으로 대차투입에 따른 GFS의 비용발생과 점주의 손해배상에 대한 완전 면제를 요구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전국 화물연대의 명분없는 싸움은 면책 동의 요청에 대한 동조파업의 성격이 강하다”며 “대구·원주센터는 기존 대표운수사가 직위을 반납해 신규 대표운수사를 지정했음에도 화물연대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한 채 이전 대표운수사로 대표운수사 직위의 복권을 요구하는 등 얼토당토 않은 요구가 결합된 명분 없는 무단불법 파업”이라고 성토했다.

파업 진행방식에도 문제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파업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한 불법 파업이자 평화적인 파업 투쟁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실제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호남샤니 광주 공장 진입로 점거하는 등 사측이 대체 투입한 물류 차량 입·출차를 방해해 20여명이 넘는 조합원이 형사 입건됐다.

10일 넘게 파업을 진행해놓고 반성 없는 후속 대응도 문제다. 파업 강행을 반대하는 여론이 빗발치자 그제서야 파업 종료 조건으로 회사 측에 손해배상 책임 면제 등을 사측에 요구한 것이다.

가맹점주들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비롯해 사측은 이들의 불법 파업을 수년 넘게 경험한 고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파업으로 확대한 것도 무리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전국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은 실제로 불법운송거부에 동참했고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 내 입출차를 차단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사안과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물류센터까지 연대 파업을 진행할 경우 전국 3400여개의 가맹점주의 금전적인 피해는 물론 소비자가 불편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원만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 국면에 진입할 경우 가장 먼저 여론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이 경우 노사관계는 최악의 사태로 치닫을 수 있고 가맹점주와 화물연대 광주본부 노조원간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샤니 광주공장에서 촉발된 운송 거부 파업을 계속 강행한다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가맹점주는 배송중단에 따른 천문학적인 금전 피해와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게 된다. 노조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데다 소비자들도 불편함이 가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노조간 갈등의 해결책으로 선택한 파업으로 인해 누군 가가 희생양이 되고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파업에 나설 명분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강경 대치가 통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때로는 통 큰 합의가 더 큰 나비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때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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