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친척들이 왕래하는 게 줄면서 명절 차례상도 간소화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타고 차례상이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온라인으로 주문·배달하는 풍경도 등장하고 있다. 

한 신용카드 회사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8%가 명절음식을 간소하게 하거나, 16%는 아예 하지 않고, 52%는 밀키트 등 간편식 구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바뀌고 있는 명절 문화의 한 단면이다. 

차례(茶禮)와 제사(祭祀)는 형식은 비슷하지만 내용에서는 다르다. 차례는 명절을 맞아 돌아가신 조상을 공경하는 전통예법이다. 이에 비해 제사는 고인의 기일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의식으로 ‘기제사(忌祭祀)’를 가리킨다. 제사가 돌아가신 분 중심이라면, 차례는 살아있는 사람이 중심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유교 제례 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는 명절 차례란 추석에는 한해 농사를 무사히 지었음을, 설에는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알리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한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다음과 같이 제사에서의 예의는 상에 올리는 음식보다는 제를 올리는 사람의 정성에 있다고 보았다. 

“제사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극진히 하는 것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가난하면 가난한 대로 정도에 맞추고, 병이 있으면 근력을 헤아려 무리하지 않아야 진정 효를 다하는 후손의 모습이다.” 

기록을 보면 예전에는 명절 분위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추석은 추수기에 한숨 쉬어가며 ‘닭 잡고 술 빚어 온 동네가 취하고 배부르게 먹으면서 즐기는 날이었다’고 한다. 조상 제사상 차리는 게 주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는 즐겁게 먹고 놀면서 그 김에 조상님께도 인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에 예능 프로그램 한 출연자가 우스갯소리로 “명절 이후에는 이혼율이 증가하니 오늘은 음식을 만들지 말자”고 해 웃음을 유발시킨 적이 있다. 이는 명절 쇠기에 대한 후유증을 토로한 것인데, 그냥 웃고 넘기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5년간 명절이 있는 달의 이혼 신청 건수를 조사한 결과 평소보다 평균 10% 이상 많았다고 한다. 명절이 되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의무가 돼 있다. 그로 인해 부부 간, 형제 간 갈등이 증폭되고 결국 이혼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한데 이즈음 코로나 팬데믹 시기엔 명절 고향 방문이 줄고 차례상이 간소화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이혼율이 다소 줄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할 수 있다. 

차례는 사전적으로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공경하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됐지만 차례를 지내는 근본 이유는 실은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 후손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고 가족 간의 단란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면 조상님 혼이라도 내려다보며 흐뭇해하지 않을까. 돌아가신 분 때문에 산 사람들이 갈등하는 것은 조상 보기에도 민망한 일이다. 

두 번째 ‘코로나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가정 내 최대 8인까지’ 가족 모임이 가능하며,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접촉면회를 허용한다고 한다. 

추석 명절을 맞아 예법을 지키면서도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지혜롭지 않을까 한다. 마음 놓고 만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지금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예를 갖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추석 명절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 조상들을 위한답시고 부질없는 허례와 형식에 매달리다 다투거나 마음을 상한다면 이보다 더 큰 어리석음은 없을 것이다. 조상들도 이런 후손들은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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