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연일 대선을 둘러싸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일에는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입건되었는데 그는 이번이 세 번째로 공수처에 입건된 것이라 한다. 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가 입건된 사례는 필자가 무지해서인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입건과 관련하여 공수처 관계자는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가졌는데 “이걸로 엄청난 혼란과 관심이 있어서 수사기관이 명쾌히 밝히라고 하는 게 지금 언론의 사설과 칼럼, 기사들로 나오는 것이고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언론에서 이야기해서 강제수사한 거지 죄가 있냐 없냐는 그다음의 이야기”라고 했다고 한다.

수사기관이 대중의 관심을 풀어주는 곳도 아니고, 죄가 있냐 없냐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데 언론에서 하라고 해서 강제수사에 나섰다는 공수처 대변인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대변인이 말한 언론은 어떤 언론인지, 이건 검언유착도 아니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피의자 신분과 피의사실이 사실상 공표 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기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도 피의자 인권을 위해 압수수색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는데 공수처가 “죄의 유무는 다음 문제”라면서 야당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고 밝힌 것도 납득이 안된다.

물론 필자가 그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수사 관행이나 피의사실 공표 문제나 공익제보자의 처리문제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건은 상당히 특이하게 처리되는 것 같다. 진실은 분명하게 밝혀지리라 믿는다. 그때가 되면 이번 사건을 명확하게 이해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염려하는 것은 아무리 정권의 향배가 걸려있는 선거라 할지라도 이번 선거는 너무 적의에 차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의 향배는 오로지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상대방을 지나치게 공격하고 또 대중을 선동하려 하는 것은 아직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다양성 부족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 국가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래서 다양성이 거부되는 그 순간 민주주의는 생명을 잃는다. 우리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단일 민족국가로 교육받고 교육하며 자랐다. 그러던 한국 사회가 20여 년 전부터 다문화, 다민족, 다인종 사회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결혼이민자의 증가, 중국동포에 대한 입국 문호 확대 등이 원인이 되어 한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외국인이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단일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한 한국의 성씨(姓氏)는 이름 앞에 붙여진 칭호로 혈족 관계를 나타낸다. 우리는 역사상 외국으로부터 수많은 침략을 당해왔고, 이 와중에 이미 수많은 외국인이 우리 땅에 들어와 살았다. 특히 원나라는 고려를 부마국으로 삼았기에 원나라 황제의 딸들이 결혼이주여성으로 들어와 왕비가 되다 보니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잇따라 왕이 되기도 하였다. 바로 충선왕, 충숙왕, 충혜왕, 충목왕, 충정왕, 공민왕, 우왕이 그러하다.

한국 성씨의 46% 정도는 귀화 성씨이며, 인구로 보면 20~50% 정도로 추정된다. 1985년의 한국 성씨는 275개였는데 이 중에서 귀화 성씨가 130개가 되며 신라 때 40개, 고려 때 60개, 조선 때 30개 정도가 있었다. 1985년 이후 귀화가 늘어나면서 중국계 83개, 일본계 139개, 필리핀계 145개, 기타 75개 등 모두 442개의 외국계 성씨가 새로 발견되었다.

어느 분의 글을 보니 본관을 출신 국가로 삼기도 할 때는 독일 이씨(시조 이참), 몽골 김씨, 태국 태씨, 청해 이씨(여진계), 원산 박씨(시조 박연), 병영 남씨(시조 하멜)로 시조가 됐고 지역명일 경우 서울 강씨(미국 아프리카계), 길림 사씨, 대마도 윤씨, 산동 우씨, 성진 즙씨(시조 일본계), 영도 하씨(시조 하일), 영등포 김씨, 용인 라씨(시조, 미국 라틀리프), 청양 오씨(시조, 케냐 에루페) 등이 있다고 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본관 성씨는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3만 6744개로 증가했으며, 출생 계통 표시의 ‘성(姓)’은 2018년 7769개로 증가했단다. 또한, 한국인의 DNA를 분석한 학자들에 의하면, 한국인의 DNA에는 중국계와 몽골 등의 북방계, 일본계, 동남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의 DNA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토대로 한 사회이다. 다문화사회는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과 이웃에 적용하는 실천적인 문화 능력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여러 사람의 대통령을 경험하였다. 솔직히 성군을 겪어보진 못했다. 모두 공도 있고 과도 있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해서 이만큼 했으면 다른 정당도 그 정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자. 선거 과정에서도 차분하게,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책과 그간의 공과를 토대로 겸허히 국민의 심판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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