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가 돼 버렸다. 이러다 보니 기계가 우리의 ‘눈 역할’을 하는 씁쓸한 지경에 이르렀다. 

CCTV(폐쇄회로TV)는 교통용·산업용·교육용으로 생활 곳곳에 설치돼 있고,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고 특정 범죄사건 해결에 결정적 제보를 하는 순기능이 있다.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 출처 불명의 시선을 받게 된다. 하루 평균 83회 CCTV에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통계치를 본 적이 있다. 생활 속에서 감시는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CCTV 대국’이다. 2017년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CCTV는 95만4261대로 집계됐고, 그해 민간용 CCTV 숫자는 13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됐다. 

2년 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는 병원 수술실 내부에도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의료계는 직업 수행 자유 침해, 진료 위축,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 붕괴 등을 이유로 CCTV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수술실 내 CCTV가 감시용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인의 시술 행위가 위축돼 소극적·방어적 수술에 그쳐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맞서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격앙돼 있다. 의료계의 반발이 이해될 만한 부분도 있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감시하고 불신상태로 몰아넣는다” “의사와 간호사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반박 논리를 들고 있다. 

CCTV는 비단 병원 수술실에만 설치되는 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보도에 따르면, 자식이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했는지 보려고 부모들이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CCTV 영상은 비공개 대상으로 피해 아동의 부모는 볼 수 없었다. 학부모의 강한 요구가 있으면 수사관에 따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경찰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요청하면 정보공개 청구절차에 따라 공개하도록 수사 지침을 만들었다. 이런 조치도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수술실 CCTV 설치는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이나 의료사고 은폐 등이 여론화되면서 이를 막을 예방적 대안으로 필요성이 제기된 측면이 있다.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환자를 옆에 놓고 의료진이 생일파티를 하는가 하면,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정형외과 수술을 하는 일이 적발되기도 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수술실에서 벌어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서 의료기관은 늘 최상위권이지만, 의료사고를 당하거나 행여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환자나 유가족들은 의료진의 불투명한 설명방식과 병원의 방어적 태도에 또 다른 피해를 경험한다. 이는 개인적 좌절감을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의료소송 연구자들이 공통으로 갖는 견해다.

환자들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취약하다. 우리나라에선 연간 200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2000건 안팎의 의료소송이 진행된다. 의료사고로 피해를 본 환자가 재판에서 승소하는 확률은 28%에 그치고, 완전히 승소하는 비율은 2%도 안 되는 걸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89.0%에 달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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