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통계에 관한 이러저러한 언설을 종종 접한다. 그중에서도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문구는 널리 알려져 있다. 

앞에 인용한 문구는 통계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통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오류의 위험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통계치와 현실의 차이가 클 때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몇 달 전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가 주택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집값은 잡히지 않고 지속해 오르고 전세값도 급상승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물량 부족을 호소하는 시장 평가와는 달리 주택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 가구로 평년 수준”이라며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 가구 이상 공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올해 서울 입주 물량 8만3000 가구 중 절반 수준인 4만1000여 가구는 아파트가 아닌 빌라·단독주택이다. 이를 근거로 공급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힘으로 주택수급, 기대심리, 투기수요, 정부정책을 꼽았다. 그러면서 주택수급과 정부정책은 문제가 없고 기대심리와 투기수요가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집값 급등 책임을 정부가 아닌, 투기세력과 과도한 기대심리를 가진 국민 탓으로 돌린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허점투성이 논리와 부동산 정책은  급한 대로 입맛에 맞는 통계만 끌어다 쓴 결과다.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통계 왜곡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가 밝힌 최근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은 17%였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6월 시세로는 79% 상승, 공시가격 기준으론 86% 올랐다며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국가공인 통계를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에서 불신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의 7월 수도권 아파트 시세가 한 달 새 약 20% 급등했다는 통계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통계 표본 확대 때문이라곤 하지만 가격지수가 출렁이면서 일관성을 상실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7월 주택가격 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난달 바탕부터 흔들렸다. 올해 7월에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3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무려 1억8000만원이나 뛰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매매가격과 전셋값도 한 달 새 약 30% 급등했다. 2012년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월 단위로는 최대 폭의 상승이다.​

불과 한 달 동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통계 산출을 위한 표본 확대에 있었다. 지난해 통계청의 권고로 한국부동산원이 7월부터 주간조사(아파트 9400가구→3만2000가구)와 월간조사(주택 2만8360가구→4만6170가구) 표본을 대폭 늘리자 '진짜 집값'이 드러났다. 집값 통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지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값이 정부 주장대로 10%대만 올랐다면 현 정부가 20번 넘는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을 리가 없을 것이다. 정부가 유리하게 활용할 통계를 뽑아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부동산 통계 왜곡은 정책 신뢰도와 직결돼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 장담과 거꾸로 가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이야기될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공식 통계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그걸 밀어붙인 이들이 말하는 “집값은 안정화 추세로 가고 있다”는 등의 자화자찬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허술한 통계로 시장을 진단했으니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각종 통계자료가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포털사이트에는 ‘통계 조작’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부정하고 비난부터 하고 보는 식이다. 통계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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